미국 소재 경제ㆍ투자 리서치 업체 도먼 캐피털리서치의 버트 도먼 대표는 최근 경제 격주간지 포브스 인터넷판 기고문에서 일본을 예로 들며 양적완화 정책이 경기회복에 한몫하기는커녕 더 큰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중앙은행(ECB)도 수천억유로어치 국채를 매입한 데 이어 최근 1조유로의 자산을 추가 매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본은 지난해 1조4000억달러 상당의 경기부양책과 채권 매입 프로그램을 진행한 데 이어 지난달 8000억달러 규모의 추가 부양책까지 발표했다. 중국도 2009년 경기부양 조치로 4조위안의 유동성을 풀었다.
계획대로라면 각국 중앙은행의 처방전이 디플레이션 탈출과 경기회복으로 이어져야 한다. 하지만 이를 불안하게 지켜보는 눈이 많다.
'채권왕' 빌 그로스는 이달 초순 자기가 운영하는 야누스캐피털의 투자보고서에서 "금융위기 이후 세계 각국 중앙은행이 천문학적인 유동성을 공급했지만 실물경제는 여전히 시들어가고 주식시장만 부풀렸다"고 지적했다.
일본만 봐도 이런 불안감이 언제든 현실화할 수 있음을 짐작케 한다. 일본은 경제를 살리기 위해 '거품'까지 감수해가며 돈 풀기에 나섰다. 그러나 지난 4월 소득세율을 인상(5%에서 8%로)하는 엇박자 정책으로 또 경기침체에 빠지고 말았다.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경기부양책을 편 결과 경기침체라는 최악의 성적표만 손에 쥐었다. 그 사이 재정적자 부담이 커지고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경제정책, 다시 말해 '아베노믹스'에 대한 신뢰도는 추락했다.
도먼 대표는 일본의 경제정책이 실패한 것처럼 각국 중앙은행의 제로 금리 정책을 통한 돈 풀기도 결국 디플레와 경기침체의 주범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본처럼 경기회복에 별 효과를 못 보고 신용 거품만 점차 키우리라는 게 그의 진단이다.
그는 경제활동의 주축인 대기업들 행보만 봐도 풀린 돈이 실물경제 회복에 쓰이지 않고 증시로 흘러들어 투기만 조장할 뿐이라고 주장했다.
더 심각한 것은 세계 경제에 영향력이 큰 주요국들의 동시다발성 양적완화로 정책 실패가 현실화할 경우 충격은 상당하리라는 점이다. 세계 경제가 한 번에 붕괴되는 일은 어떻게든 막을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미 풀린 유동성으로 금융시장의 붕괴는 불가피하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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