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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초가 단통법…소비자 원성에 폐지론까지

최종수정 2014.10.10 07:52 기사입력 2014.10.09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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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가입, 번호이동 절반 뚝 떨어져
소비자들 비싸진 체감에 불만 폭주…유통점들은 이러다 문닫을 판이라며 아우성
미래부, 방통위 비난 여론에 후속 대책 고심


[아시아경제 이초희 기자] 지난 1일 도입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시행 초기부터 사면초가에 처했다. 핵심조항 중 하나인 분리공시 무산으로 실효성에 의문을 단 채 출발하더니 결국 비싸진 휴대폰 값에 전 국민 '호갱법(호구+고객)'이라는 비난이 화살이 쏟아지고 있다.
소비자는 물론 매출이 뚝 떨어진 단말유통점들까지 불만이 폭주하면서 일부 시민단체들은 단통법 폐지론까지 들고 나왔다. 소모적인 보조금 경쟁을 탈피하고 통신비 부담 경감이라는 단통법의 취지가 반감됐기 때문이다.

정부도 제조사와 이동통신사들을 압박하는 등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지만 여론이 악화일로를 거듭하면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신규가입·번호이동 '실종'…호갱 안되겠다=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단통법이 시행된 지난 1일부터 '7일까지 일주일간 일일 평균 가입자는 4만4500건으로 9월 평균(6만6900)에 비해 33.5% 감소했다.
특히 신규가입과 번호이동이 급감했다. 이 기간 동안 신규 가입자는 3만3300건에서 1만4000건으로 58% 감소했다. 번호이동 가입자도 1만7100건에서 9100건으로 46.8% 줄었다. 대부분의 유통점들이 10월 이전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장사를 한 셈이다.

이는 지원금의 규모가 낮은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시행 첫날인 1일 이통 3사가 공시한 휴대폰 지원금은 삼성전자가 최근 출시한 갤럭시노트4(출고가 95만7000원)의 경우 SK텔레콤에서 월 8만5000원짜리 'LTE 전국민 무한 85 요금제'에 가입했을 때 9만4000원을 지원받아 86만3000원에 살 수 있었다. KT와 LG유플러스도 이같은 고가 요금제 가입 시 대략 8만원, 유통점 15% 추가지원까지 할 경우 9만원가량을 지원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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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최대 보조금으로 한정한 30만원에도 훨씬 못 미치는 보조금이 지원되면서 소비자들은 불만섞인 목소리를 냈다.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도 지원금 규모가 예상보다 낮다고 공식적인 우려를 나타냈을 정도다.

지난 8일 이통 3사는 두 번째 지원금을 공시했다. 단말기별, 요금제별로는 다르지만 갤럭시노트4는 지난주보다 3만~4만원, 갤럭시S5는 4만~8만원 올랐다. 소비자들의 원성과 최 방송통신위원장의 주문에 이통 3사가 소폭 상향 조정한 것이다

소비자들과 시민단체는 이통사들의 통신요금과 제조사의 스마트폰 출고가를 모두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제조사들이 매출 압박에 결국 출고가 인하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결국 이통사들도 통신요금 인하 압박을 강하게 받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휴대폰 유통점 한 관계자는 "법이 시행되자마자 하루 판매량이 10개도 채 안된다"며 "지원금이 많이 오르지 않으면 장사를 접어야 될 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황한 정부…후속 대책 있나= 최 방통위원장은 지난 1일 단통법 시행 첫날 휴대폰 유통점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지원금 액수가 예상했던 것보다 낮은 편"이라고 전제한 뒤 "소비자들이 많이 보이지 않아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이 같은 우려는 현실이 됐다. 체감적으로 비싸게 휴대폰을 사야 되는 소비자들은 발길을 돌렸고 유통점들은 신규 매출 급감으로 분통을 터트렸다. 일부 시민단체들은 폐지론까지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최 위원장은 일주일 만에 긴급 간담회를 자청하며 이번에는 제조사들 압박에 나섰다. 그는 지난 8일 "국내 휴대전화 출고가가 높은 편"이라며 논란의 책임을 제조사들에 돌렸다.

미래부와 방통위 역시 예상하지 못한 시나리오가 그려지면서 위약금 손질 등 대책마련에 나섰지만 차가워진 여론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당초 적극 추진했던 이통사 보조금과 제조사 판매장려금을 분리해 공시하는 '분리공시제 도입이 무산된 점도 정부로서는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이통사들 배만 채우는 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내년 이통 3사의 마케팅비용이 전년 대비 5.6% 감소해 영업이익이 2014년 조정 영업이익(KT 일회적 비용 제외)에 비해 39.5%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기준 이통 3사의 마케팅비용과 단말기보조금은 각각 8조4000억원, 4조9000억원으로 영업이익의 2.5배, 1.5배에 달해 마케팅비용 절감 효과가 크다고 추정했다. 즉, 단통법 시행에 따른 수혜를 이통사들이 고스란히 가져갈 것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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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통 3사 평균 보조금(제조사 보조금 제외)은 2013년 20만3000원에서 2014년 상반기 28만원으로 높아졌으나 내년에는 2013년보다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양종인 애널리스트는 "보조금 한도가 27만원에서 최대 34만5000원(대리점 추가분 4만5000원, 15% 포함)으로 27.8% 높아져 경쟁이 치열해지면 마케팅비용이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며 "하지만 이는 현실과 원칙 즉, 보조금 평균과 보조금 한도 차이에서 나오는 오해"라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이통사 평균 보조금이 지난해 20만3000원, 올 상반기 28만원이었으며 제조사 장려금(단말기 판매이익)을 더한 합산 평균 보조금은 34만8000원, 39만1000원으로 추정했다. 보조금 한도 27만원을 크게 상회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미래부는 이통사들만 배부르게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류제명 미래부 통신이용제도 과장은 "단통법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지만 법을 통해 혜택을 누리는 소비자들도 많다"며 "이통사들만 배부르게 하고 마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주한 미래부 통신정책국장은 "아직 법이 시행된 지 일주일밖에 지나지 않아 시행의 효과를 예단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시장상황에 대한 지속적인 점검과 철저한 법 시행을 통해 단통법이 당초 목표한 결과를 보일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초희 기자 cho77lov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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