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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윤장현 시장에게 드리는 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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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성호]

윤장현 광주광역시장이 취임한 지 두 달이 됐다. 그러나 당초 윤 시장의 공약을 감안하건대 시민들이 기대했던 ‘시민시장’으로서의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게 대체적 평가다.
일례로 특별교부금 사용 실태를 들여다보자. 윤 시장은 취임 초기 시의원들에게 특별교부금을 주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나 취임 두 달이 지난 지금 시의원들에게 1억원씩의 특별교부금을 지급할 예정이라고 한다.

특별교부금은 시장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예산이다. 말 그대로 특별한 곳에 사용되어야 하지만 역대 시장들은 관행적으로 시의원들을 관리하는 예산으로 썼다. 따라서 마음에 드는 의원들에게는 많이 주고, 못마땅한 관계의 시의원들에게는 아예 주지 않거나 1년에 2억원 정도를 배정하는 데 그쳤다.

한마디로 시정에 협조를 잘하는 의원을 특별교부금을 많이 받을 수 있었다. 시장과 친분이 두터운 시의원들은 10억원 넘게 받기도 했다. 또 지역관리 차원에서 시장 측근들은 몇억원씩의 교부금을 별도로 타가기도 했다.
이 예산은 구청으로 갈 때 ‘꼬리표’를 달고 간다. 예산서에는 없지만 시에서 내려보낼 때 ‘000시의원 몫의 예산’이라는 단서를 붙여 보낸다. 그래서 이 예산은 ‘쌈짓돈’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대개는 시의원이 지역구에 약속한 사업을 자치단체의 예산 부족으로 실행할 수 없을 때 쓰라고 밀어주는 ‘민원처리 예산’으로 쓰였다. 하지만 시의원들은 이 예산을 자신과 특별한 관계의 업자들에게 밀어주고 그 대가로 선거비용을 마련한다는 소문이 많다.

구청장들도 마찬가지다. 시장을 열심히 찾아다니는 구청장에게 더 많은 교부금이 주어지곤 했다. 한마디로 이 예산은 시장에게 잘 보이는 사람이 차지하는 눈먼 돈이나 다름없었다.

이런 까닭에 윤장현 시장이 취임하면 특별교부금 관행이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에 관심이 쏠렸다. 윤 시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시민 시장’이기 때문이다. 정계에서는 시민운동을 이끌어온 윤 시장이 구태를 답습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점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취임 두 달이 지난 현재 윤 시장도 현실의 벽에 부딪힌 듯하다. 조직개편이나 추경예산 심의 등을 거치면서 윤 시장은 ‘시의원들의 협조를 얻지 않으면 시정 추진이 여의치 않다’는 엄연한 현실을 절감하고 있다는 윤 시장 측근의 전언도 들린다.

시청 조직개편이 난항을 겪은 데다 시의회의 볼멘소리도 이어진다. 심지어는 “재선 의원만 만났다”고 서운해 하는 초선 의원들의 뒷담화까지 부담이 됐을까. 결국 윤 시장은 특별교부금이라는 ‘당근’을 선택하는 모양새다.

윤 시장 취임에 앞서 공직 일각에서는 ‘시민운동의 대부일 뿐 행정경험이 거의 없는 윤 시장이 과연 시장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 것인가’ 의구심을 보여 왔다. 공직자들과 일부 시민들의 이런 의구심을 떨치기 위해 윤 시장은 뭔가 결단을 해야 하는 시점에 놓여 있다. ‘아마추어’가 아닌 ‘프로’ 시장으로서의 애티튜드가 요구되는 때인 것이다.

김동찬 광주시의회 부의장은 며칠 전 임시회 5분 발언을 통해 “윤 시장이 비전도 로드맵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이는 윤 시장에 대한 의구심이 더 이상의 인내를 갖지 못하는 냉정한 현실을 반영한다 하겠다.

이제 윤 시장이 그 의구심에 답변할 차례다. 윤 시장의 행보에 시민과 공무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박성호 기자 psh463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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