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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작은 차'로 시작한 교황의 방한 닷새

최종수정 2014.08.14 11:14 기사입력 2014.08.14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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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이 닷새 일정으로 한국에 왔다. 오늘 오전 성남 서울공항에 내려 박근혜 대통령의 영접을 받은 교황은 작은 차 '쏘울'을 타고 일정을 시작했다. 공식 방한 목적은 아시아가톨릭청년대회 참석과 124위 순교자 시복식을 통한 복음 전파다. 지난해 3월 취임 이후 낮은 데로 임하는 파격 행보로 주목받는 그의 언행은 한국 사회에 큰 울림을 줄 것이다.

가난하고 소외받는 자들의 벗이자 평화와 화해의 사도로 통하는 그의 방한이 주는 메시지는 의미심장하다. 교황은 복음행사 외에 세월호 참사 생존자와 희생자 유가족,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쌍용차 해고 근로자 등을 만난다. 한결같이 우리 사회가 해결하지 못한 문제로 고통을 겪거나 상처 입은 사람들이다. 이번 만남이 이들의 아픔을 치유하고 난제의 매듭을 푸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교황은 교회와 세상의 숱한 매듭을 풀기 위한 '만남과 소통의 영성(靈性)'을 강조한다. 그 자신이 청빈한 삶과 소외계층에 대한 사랑, 교회개혁으로 이를 실천해 왔다. 추기경 시절부터 관저 대신 여행자 숙소에서 묵고 스스로 식사를 준비했다. 작은 차를 타고, 걷거나 전철ㆍ버스를 이용하며 사람들과 스킨십을 나눴다. 교황의 검소한 옷차림과 생활을 보면서 고위 성직자들이 치장을 삼가고 대중과 접촉을 늘리기 시작했다. 이른바 '프란치스코 효과'다.

교황은 한국에서도 그 같은 행보가 예정돼 있다. 교황 방한이 겉치레 축제에 머물지 않고 한국 교회가 처한 현실을 직시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교회가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고 있는지, 가진 자와 기득권의 편에 치우쳐 있지 않는지 성찰해야 한다.

교황은 이탈리아 정치인들에게 겉은 번지르르한 대리석 같은데 속은 썩고 있는 시체와 같다고 혹평했다. 우리나라 정치인들도 겉으론 국민의 뜻을 내세우며 속으론 당리당략에 골몰하지 않는지 돌아봐야 할 것이다. 교황은 지난해 7월 이탈리아 람페두사에서 아프리카 난민 500여명을 태운 배가 침몰하자 주저없이 사고 현장을 찾았다. 거기서 그는 "사회가 '무관심의 세계화'로 함께 눈물 흘리는 법을 잊어버렸다"고 설파했다. 나만 알고 남은 몰라라 하고, '네 탓'만 하지 '내 탓'이 없는 우리 사회에 소외된 이웃을 보듬고 함께 가는 프란치스코 효과가 퍼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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