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와 독일의 싸움이 ‘전차군단’의 승리로 끝났다. 독일은 14일 오전(한국시간) 리우데자네이루의 이스타지우 마라카낭에서 열린 아르헨티나와의 2014 브라질 월드컵 결승 경기에서 연장 후반 8분 터진 마리오 괴체의 결승 골에 힘입어 1-0으로 이겼다. 1990년 이탈리아 대회 이후 24년 만에 정상에 오르며 통산 네 번째 우승을 이뤘다. 브라질(5회)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월드컵 우승 횟수다. 독일은 남미 대륙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처음으로 우승한 유럽 나라도 됐다. 또 통일 독일로는 처음으로 FIFA컵을 들어 올렸다. 이전 세 차례 대회 우승(1954년 스위스·1974년 서독·1990년 이탈리아 대회)은 서독이 이룬 영예였다.
남미 대륙을 정복한 유럽인들이 종교와 함께 전파한 축구는 본고장인 유럽보다 오히려 남미에서 더 번성했다고 말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번 대회 전까지 열아홉 차례 열린 월드컵에서 남미 대륙 나라는 아홉 차례(브라질 다섯 차례·아르헨티나 두 차례·우루과이 두 차례) 정상에 올라 열 차례(이탈리아 네 차례·독일 세 차례·잉글랜드·프랑스·스페인 각 한 차례) 우승한 유럽 대륙과 팽팽하게 맞섰다. 남미 대륙에서 열린 네 차례 월드컵에서 유럽 나라들은 1930년 우루과이 대회에서 유고슬라비아가 4위, 1950년 브라질 대회에서 스웨덴이 3위, 스페인이 4위에 올랐다. 1962년 칠레 대회에서 체코슬로바키아가 처음으로 준우승했고 유고슬라비아가 4위를 했다. 1978년 아르헨티나 대회에서는 네덜란드가 또다시 준우승했고 이탈리아가 4위를 했다. 남미 대륙에만 가면 유럽 나라들은 작아졌다. 올해 독일은 그렇지 않았다. 유럽 나라로는 세 번째 도전 만에 남미 대륙에서 영광스러운 월드컵 우승을 거머쥐었다.
이 장면에서 글쓴이는 1970년대 한국 스포츠를 상징하던 ‘선(先) 체력 후(後) 기술’을 떠올렸다. 이번 월드컵을 보면 구시대의 미련한 구호가 아니었다. 체력이 뒷받침되는 기술이 아니면 아무런 소용이 없단 걸 느끼게 한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이었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많이 뛴 네 나라인 독일과 브라질, 아르헨티나, 네덜란드는 4강에 올랐다. 그리고 대회 초반부터 거침없는 질주를 이어 온 ‘전차군단’이 우승 고지를 점령했다. 1971년 11월 대한체육회 제24대 회장에 취임한 김택수는 한국 선수가 국제무대에서 좋은 성적(금메달)을 거두기 위해서는 체력이 먼저 갖춰져야 한다면서 태릉선수촌을 체력 단련장으로 만들어 놓았다. 오늘날 체계화된 웨이트트레이닝, 서키트 트레이닝 등이 그때 시작됐다. 그 결과 1970년대 초반까지 열세였던 북한과 경쟁에서 전세를 뒤집었다. 1980년대 한국 스포츠는 세계무대로 나아가게 됐다.
이탈리아를 4-1로 꺾고 줄리메컵을 영구 소유한(실물은 분실하고 모조품을 보관하고 있다) 1970년 멕시코 대회의 브라질 같은 압도적인 기술력을 발휘하지 않는 한 패스, 드리블 등 기술력이 남미와 대등한 수준이 된 유럽을 남미가 이겨 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번 월드컵에서 4강 경기와 3위 결정 경기 그리고 결승 경기에서 남미가 유럽에 맞서 그나마 버틸 수 있었던 건 대회 최우수선수로 뽑힌 메시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한국 축구도 이제는 많이 뛰기만 해서도 안 되는, 90분 또는 120분까지 지치지 않고 뛰는 체력에 개인기까지 갖춰야지 그렇지 않으면 ‘월드컵 8강’은 당분간 공염불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이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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