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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병을 드러내야 병을 고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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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재 사회문화부장

이명재 사회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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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병에 걸리지 않는 생명체는 없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심지어 수목조차도 어느 한 순간이라도 완벽하게 병이 없을 수는 없다. 그러므로 병이 있다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오히려 우리는 병으로부터 얻는 게 있다. 무위당 장일순 선생은 자신의 몸에 침투한 암 세포를 '지구가 앓고 있는 중병을 깨닫도록 길을 열어 준 스승으로 모신다'고 했지만 그에 미치진 못하더라도 병으로써 자신의 몸과 생활을 돌아보고 스스로 삼가는 것은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병으로부터 배우는 것, 그건 당연히 병의 증상을 자각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이를 제때 알아차리지 못하면 병이 보내는 신호를 깨달을 수 없다. 병이 더 깊어지는 것을 막을 수도 없다.
각 개개인도 그렇지만 사람들이 모인 집단, 사회도 마찬가지다. 최근의 총리 후보자 지명 및 사퇴 사태를 지켜보면서 현 정부에서 책임 있는 일을 하는 이들이 걸려 있는 것으로 보이는 병을 생각하게 된다. 의사가 아니므로 확신할 수는 없지만 그들에겐 몇 가지 의심스러운 질환들이 있다. 그들의 '건강'을 걱정하는 마음으로 몇 가지 '진단'과 조언을 하고 싶다.

다른 무엇보다 의심되는 증상은 '난독증'이다. 글을 잘 읽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자신들의 정책과 행태에 대해 많은 이들이 글을 통해 지적하고 조언을 하고 있지만 이를 제대로 읽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지 않은가 하는 것이다. 혹시라도 난독증이 있었던 미국의 전 대통령 조지 부시와 비슷한 곤란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러나 난독증으로 단어를 잘못 사용해 사람들의 웃음을 자아내곤 했던 것이 부시의 진짜 문제가 아니었던 것처럼, 또 다빈치나 아인슈타인, 처칠 등 큰 업적을 남긴 이들도 난독증이 있었다는 점을 생각할 때 사실 난독증이 크게 문제가 될 것은 없다. 염려가 되는 것은 이들의 병이 난독증이라기보다는 거식증(拒食症) 환자가 음식을 거부하는 것처럼, 다른 이들의 글과 말을 읽기 거부하고, 듣기 거부하는 '거독증(拒讀症)', '거청증(拒聽症)'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이해력의 부족을 얘기하는 게 아니다. 이해하려 하지 않는 것이 염려스러운 것이다.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려고 하고 듣고 싶은 것만 들으려 하는 것, 국민 대다수가 자격 미달이라고 하는 총리후보자를 임명해놓고 그가 어쩔 수 없이 사퇴하자 "이래서는 누가 총리를 하려고 하겠는가"라고 한탄하는 태도에서 '독해 장애' '청취 장애' 증상이 아닌지 걱정이 되는 것이다.

두 번째는 '무통증(無痛症)'이다.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얼음 위나 불 위를 걷는다는 것을 모른다. 발이 춥고 뜨거워서 아파야 멈출 텐데 그럴 수가 없는 것이다. 무통증이 심각한 것은 단지 말초 신경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 있다. 의학서를 보면 사람은 구조상 뇌가 느껴야 통증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무통증은 결국 뇌의 이상으로 인한 것이다. 혹시라도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것에 자신들이 '대범하다'고 자부하고 있다면 참으로 걱정스럽다.
청와대와 집권 보수집단이 걸려 있는 것으로 보이는 또 다른 질환은 '보수 결핍증'이다. '보수(保守)의 보수(補修) 결핍'이다. 보수는 현실과 현재에 대해 긍정하고 그에 자부심을 갖는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현재를 지키기 위해서는 현재를 절대 긍정만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현실의 문제를 늘 고치고 수리해야 한다. 그런 보수공사 없이는 진짜 보수가 못 된다. 현재를 무조건 지키려다가는 오히려 현재를 잃을 수 있다. '보수를 하지 않는 보수'의 위험성을 알아야 한다.

이 같은 병들은 결코 불치의 병이 아니다. 현대의학의 발달로 좋은 치료법들도 있고, 탁월한 의사들도 많다. 나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는 게 좋겠다. 단, 그러자면 먼저 해야 할 게 있다. 우리의 속담에도 있듯이, 또 많은 의사들이 얘기하듯이 먼저 병을 스스로 드러내야 한다. 병을 키우지 말기 바란다.





이명재 사회문화부장 prome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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