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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읽다]사라지는 겨울왕국, 절체절명 인류

최종수정 2014.07.17 08:59 기사입력 2014.06.20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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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남극·그린란드 빙하 녹으면 해수면 2m 높아져

▲서남극 빙하가 녹고 있고 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사진제공=NASA]

▲서남극 빙하가 녹고 있고 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사진제공=NASA]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지금으로부터 약 12만5000년 전. 지구에 최대의 간빙기가 찾아왔다. 빙하가 빠르게 녹으면서 해수면은 높아졌다. 당시 해수면은 지금보다 2m나 상승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지금의 미국 맨해튼, 영국의 런던, 일본의 도쿄는 잠기고 만다. 간빙기를 지나 다시 빙하기가 찾아왔고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최대 간빙기였던 12만5000년 전처럼 해수면이 2m 높아지는 것을 가정한다면 어떤 조건이 갖춰져야 할까. 극지연구소 측은 북극의 그린란드, 서남극의 빙하가 모두 녹으면 이 같은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라지는 겨울왕국='겨울왕국'이 사라지고 있다. 서남극과 그린란드 등 빙하로 뒤덮여 있던 '하얀 세상'이 점점 모습을 감추고 있다. 이산화탄소 배출 등 지구온난화는 이제 미래의 문제가 아니라 절체절명의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하얀 빙하로 보는 이들의 탄성을 자아내는 그린란드(Greenland). 순백색의 빙하와 눈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눈(目)이 부실 정도로 하얀 눈(雪)은 새하얗게 빛난다. 지구의 현재를 만들어 주는 또 하나의 장관이다.

남극 서부의 아문센 해(Amundsen Sea). 남극 대륙 서측의 마리버드랜드와 접한 남극해의 해역이다. 동쪽은 서스턴섬, 서쪽은 다트 곶까지이다. 노르웨이의 탐험가 로알 아문센의 이름을 땄다. 끝없이 펼쳐져 있는 큰 빙하는 지구촌의 온도와 기후를 보존해 주는 중재 역할을 한다.
미항공우주국(NASA) 산하 제트추진연구소(JPL) 선임 연구원인 에릭 리그노( Eric Rignot) 교수는 최근 "남극 서부 아문센 해의 빙하 6개가 점점 사라지고 있는데 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말해 충격을 줬다. 아문센 해의 빙하가 모두 녹으면 지구 해수면 은 1.2m 상승한다. 리그노 교수는 "아문센 해 빙하는 앞으로 해수면을 높이는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빙하가 녹는 것뿐만 아니라 다른 원인도 지적돼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그린란드의 눈이 점점 어두워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그동안 지구 온난화로 인해 눈이 녹으면서 어두운 부분이 점점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해 왔다.

프랑스의 마리 듀몽(Marie Dumont) 리모트센싱(remote sensing)관련 과학자는 "그린란드의 눈의 색깔이 점점 어두워지면서 그만큼 녹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리모트 센싱 과학은 물질이 내는 전자파의 세기를 포착해 그 물질의 상태, 변화 현상 따위를 알아내는 분야를 말한다.

과학자들은 몇 년 동안 주기적으로 리모트센싱을 통해 관찰한 결과 그린란드의 눈이 점점 어두워지고 있음을 파악했다. 몇 십 년 동안의 위성관측 결과 이 때문에 눈의 반사율이 많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서남극, 그린란드 빙하 녹으면=이 같은 연구결과는 인류에게 위협을 안겨주기에 충분하다. 머지않은 미래에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눈의 색깔이 갈수록 어두워지면 반사율이 떨어져 햇볕을 흡수하는 비율이 높아진다. 이는 곧바로 빙하 녹는 속도에 영향을 끼쳐 더 빨리 녹아내리게 된다. 지금까지의 흐름으로 봤을 때 2100년이 되면 이 같은 원인으로 빙하가 녹아 해수면이 현재보다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듀몽 박사 연구팀은 2009년부터 이와 관련된 연구를 진행해 왔는데 최근 위성을 이용한 관측 결과 높은 곳에 있는 빙하의 경우 반사율이 많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동안 눈 속에 없었던 불순물(먼지, 검댕, 미생물 등)이 상당 부분 더 들어있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그 원인은 무엇일까.

듀몽 연구팀은 분석 결과 먼지는 그린란드 인근의 눈이 오지 않는 지역에서 유입된 것으로 파악됐다. 2010~2011년 아이슬란드(Iceland)에서 있었던 거대한 화산폭발도 그린란드 지역의 눈에 불순물을 높인 중요한 원인으로 꼽혔다.

당시 아이슬란드 화산재 분출로 유럽 전역에서 약 10만 편의 항공기 운항이 차질을 빚었다. 승객 800만명의 발이 묶이는 등 항공 대란이 벌어진 바 있다. 이때 폭발한 화산재가 그린란드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듀몽 연구팀은 불순물로 인해 햇볕이 이전보다 더 많이 흡수되면서 매년 약 270억t의 얼음이 녹은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전체 그린란드 얼음이 녹은 양의 약 10%에 이르는 거대한 규모이다.

윤호일 극지연구소 극지기후변화연구부장은 "서남극 빙하가 녹는 속도는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라며 "그렇다면 지금 지구촌은 빙하가 얼마나 빠른 속도로 녹고 있는지 정확한 데이터를 뽑아내는 게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그린란드 지역 빙하에 불순물이 많아지면서 녹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사진제공=사이언스]

▲그린란드 지역 빙하에 불순물이 많아지면서 녹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사진제공=사이언스]


◆절체절명, 인류의 준비는=남극은 서남극과 동남극이 있다. 두 곳 다 하얀 빙하가 빛을 내뿜는 곳이다. 구조는 다르다. 동남극의 경우 빙하가 육지 위에 펼쳐져 있다. 즉 대륙 위에 빙하가 놓여 있기 때문에 녹는 원인은 태양의 복사열이 전부이다. 비교적 안정적 모습을 취하고 있다.

반면 서남극 빙하는 다르다. 서남극 빙하는 뒤집어 보면 커다란 섬들 위에 놓여 있는 모습이다. 섬과 섬 사이의 낮은 골에는 해수가 침투한다. 위에서는 복사열이 아래에서는 지구온난화로 뜨끈하게 데워진 해수가 '구들장' 역할을 하면서 동시에 녹인다. 위와 아래에서 빙하를 녹게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서남극의 기온은 50년 동안 2.5도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 세계 평균온도보다 2~3배 빨라진 속도이다. 지구 온도는 그동안 100년에 0.7도 상승하고 있었던 것으로 봤을 때 상당히 빠른 속도이다.

서남극에 위치한 아무센 해에서 빙하가 빠르게 녹고 있고 이는 이제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데 지구촌에 공포감을 주고 있다. 과학자들은 10년 동안 6개의 서남극 곡빙하를 연구했다. 인공위성은 물론 빙하의 녹는 속도를 측정하기 위한 무선 GPS 등 최첨단 장치를 총동원했다. 결과적으로 녹는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더 아연실색케 한 것은 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데 있었다.

지금 전 세계는 탄소와 전쟁을 벌이고 있다. 각국은 이산화탄소 저감사업단을 만들고 관련 기술개발 등에 나서고 있다. 또 수십㎞ 상공에 비행선을 띄워 태양의 반사광을 인위적으로 되돌리는 기술까지 동원되고 있다. 여기에 서남극 해양에 식물 플랑크톤을 증식시키는 방법까지 동원했다. 관련 지역에 철가루를 뿌려 식물 플랑크톤은 식물성이기 때문에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이고 산소를 내뿜는다.

윤 부장은 "그동안 지구의 예전 기후 등을 연구한 결과 지구는 간빙기와 빙하기를 거치면서 지금의 상황에 이르고 있다"며 "지금 빙하가 녹는 것이 인간이 만든 산업 활동의 결과, 즉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게 아니라면 빙하는 다시 자라날 것"이라고 말했다. 안타깝게도 최근 빙하가 녹는 것은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게 아니라 산업 활동에 따른 인위적 요인이 크다는 것이다.

윤 부장은 "빙하가 녹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며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이제 정확히 어느 속도로 녹고 있고 이를 통해 지구촌 각국이 준비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앞서 밝혔듯 서남극과 북극의 그린란드가 모두 녹으면 전 세계 해수면은 2m 정도 높아진다. 12만5000년 전에 있었던 일이 그대로 재현되는 셈이다. 윤 부장은 "해수면이 언제 정확히 높아지느냐에 따라 인류는 침수되는 지역에서 다른 곳으로 이주를 해야 한다"며 "전 세계 과학자들의 관심은 빙하가 녹는 것을 막는 방법을 찾는 게 아니라 정확히 녹는 속도에 따라 준비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설명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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