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진중권은 '이미지 인문학Ⅰ'(천년의 상상 출간)라는 저술을 내놨다. 이책은 현실과 가상이 중첩하는 파타피직스의 세계를 서술하고 있다. 진중권은 "꼭 읽기를 권한다. 나로서도 다른 책과 달리 이번 저술은 학문적 자부심을 갖는 책이다. 책을 팔려고해서가 아니라 시대의 변화를 놓고 제대로 소통하고 싶다"고 말한다. 그답게 책 홍보 역시 에두르지 않고 직설적인 화법이다.
진중권은 대학에서 강의하랴, 강연과 토론 등으로 모자랄 지경이면서도 대중과 소통을 한시도 멈출 줄 모른다. 온갖 소통 수단과 공간을 다 활용하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어느 면에서는 독설과 논쟁을 즐기는 것처럼 보일 때도 있다. 소통 방식은 전방위적이다. 글쓰기도 그 중의 하나다. 독설과 논쟁으로 가리워진 진중권의 인문학은 동서고금은 물론 사회, 경제, 역사를 넘나들 정도로 보폭이 넓다. 이번에 내놓은 '이미지 인문학 Ⅰ' 또한 역사와 철학, 미학 세계를 두루 누빈다.
"디지털 테크놀로지는 인간과 기계가 만나는 인터페이스 디자인에 혁명적 변화를 가져왔다. 이는 우리가 미처 의식하지도 못하는 사이에 인간과 자연의 관계, 인간과 인간의 관계, 나아가 인간 자신을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인간은 기술과 더불어 공진화하고 있다."
"우리는 전자책의 책장을 마치 실제 책인 양 손가락으로 짚어 넘긴다. 이렇게 디지털 가상이 아날로그 현실의 자연스러움을 가지고 다가올 때, 그 익숙함 속에서 디지털 매체의 진정한 본성은 슬쩍 은폐되기 쉽다. 하지만 우리의 망각 속에서도 디지털의 논리는 화려한 가상 아래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 그 기제는 늘 의식되고 반성되어야 한다. 텍스트 중심의 인문학은 이제 이미지와 사운드의 관계 속에서 다시 정의되어야 한다. 이는 이미지에 기초한 새로운 유형의 인문학을 요청한다."
진중권은 이번 책에서 디지털 테크놀로지가 만들어낸 미학적 패러다임의 변화에 대해 여러 작가의 작품을 매개로 하나하나 사례를 들어 보여준다. 가령 다양한 작가와 작품에서 디지털 미학의 세계가 어떻게 변용되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즉 역사가 서사와 오락의 소재로 전락하고, 과학실험이 디지털 이미지 프로세싱을 닮아가는 것처럼 가상과 현실의 경계가 약화된 현실을 통찰한다. 이런 문제 의식은 오래전부터 제기된 것이기는 하나 진중권의 '이미지 인문학 프로젝트'가 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그의 직설과 강렬하고 경쾌한 문체가 섬뜩함을 자아내기 때문이다.
이규성 기자 peac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