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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삼성의 백혈병 사과, 그리고 '주홍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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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나다니엘 호손의 소설 '주홍글씨'에서 그려지는 보스턴 시민은 도덕적 완벽주의로 무장하고 있다.

간음을 죄로 헤스터의 가슴에 찍힌 주홍글씨는 그녀를 도덕적으로 타락한 인간으로 규정한다. 헤스터가 아무리 이웃을 도와도 이웃들은 헤스터에게 냉담하게 대한다. 도덕적 완벽주의로 무장한 인간이 얼마나 자신에게 관대하고 타인에게 엄격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호손의 역작으로 손꼽히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와 백혈병 논란 사과를 지켜보면 주홍글씨의 헤스터를 떠올리게 된다. 7년간의 백혈병 논란에 대해 마침내 종지부를 찍겠다고 삼성전자가 나선 가운데 수많은 억측과 오해가 이어지고 있다. '삼성'이라는 이름에 씌워진 주홍글씨는 헤스터의 가슴에 새겨진 A자 보다 더 깊고 붉기 때문이다.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는 지난 14일 산업재해로 의심되는 투병자 및 사망자와 그 가족들에게 사과했다. 합당한 피해 보상과 반도체 사업장 직원들의 안전관리 강화도 약속했다. 과학적으로 산업재해라는 판정이 내려지지 않았지만 도의적인 책임과 보상, 그리고 사후 대책도 마련하기로 했다.

삼성전자의 이날 발표에는 피해자들에 대한 후회와 진심이 담겨 있었다. 백혈병 논란이 삼성전자의 노조 설립 문제와 결부되며 그동안 피해자들의 입장을 먼저 고려하지 않았다는 회한이었다.
삼성전자의 발표 이후 반올림(반도체노동자의건강과인권지킴이)과 정의당측의 반응은 실망스럽기 그지 없다.

반올림은 다시 한번 '제3의 중재기구'에 대한 이견을 내 놓았다. 이미 삼성전자가 제3의 중재기구 구성시 반올림을 포함시키겠다는 입장을 밝힌 뒤였다. 정의당 노회찬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삼성전자의 이번 사과가 삼성그룹의 3세 경영권 승계를 앞두고 나왔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와 함께 삼성의 무노조경영은 절대 허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재연 통합진보당 대변인은 반올림의 입장만을 그대로 대변해 삼성전자가 반올림이 요구한 바 없는 '제3의 중재기관'을 반올림의 요구인양 수용하겠다고 나섰다며 비판했다.

여기에서 사실관계를 다시 한번 짚어볼 필요가 있다. 제3의 중재기관은 심상정 정의당 의원측이 제안한 내용이었다. 삼성전자가 제안한 내용이 아니다. 심 의원은 당시 반올림과 함께 제3의 중재기관에 대해 언급했으며 이는 심 의원과 반올림 사이의 오해라는 입장을 양측이 함께 밝힌 바 있다. 노 위원장이 제기한 경영권과 백혈병 논란 사과 문제를 연결 짓는 것도 사실과 다르다.

심 의원이 삼성전자에 해당 내용을 제안한 것은 지난 4월 9일로 삼성전자는 4월 14일에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밝힌바 있다. 세월호 등의 사고로 늦어졌지만 이미 지난달 제안을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더 유감인 점은 피해자 가족들을 위해 만들었다는 반올림도, 정치권도 정작 삼성전자의 노조 설립에만 관심이 있다는 점이다. 피해자에 대한 보상 보다는 삼성전자에 노조를 설립하는 '공로(?)'를 서로 차지하기 위해 경쟁하는 것은 피해야 할 것이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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