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김흥준)는 25일 유씨의 간첩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를 원심과 같이 무죄로 인정했다. 1심과 마찬가지로 유씨 여동생 가려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가려씨가 사실상 구금상태에 있었고 심리적으로 위축된 상황에서 수사관의 회유에 넘어가 거짓진술을 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가려씨가 부당하게 장기간 구금상태에 있었던 것과 다름없다”며 “그 기간 동안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도 보장받지 못한 채 심리적으로 불안하고 위축된 상황에서 수사관의 회유에 넘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국정원장이 가려씨의 신체의 자유와 거주이전의 자유를 부당하게 제한했다”고 꼬집었다. 국정원장의 임시보호조치는 대상자에 대한 강제적 조사가 내포돼 있다는 점에서 필요성이 인정되는 범위에 한해서만 이뤄져야 하는데, 가려씨가 자신이 화교라고 자백한 이후에도 수용을 해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신병 확보와 관련해서도 “국정원이 가려씨가 중앙합동신문센터에 수용돼있었던 점을 이용해 사실상 영장 청구 없이 수사를 진행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가려씨가 줄곧 독방에 수용돼있었고 방에는 일거수일투족을 상시 확인할 수 있는 CCTV가 설치돼있었던 점, 외부와의 연락이 일절 허용되지 않았던 점 등에 비춰 합신센터 수용은 사실상 ‘구금’에 해당한다고 봤다.
한편 1·2심 재판부는 유씨의 간첩 혐의에 대해선 무죄로 판단했지만, 화교 출신인 유씨가 북한이탈주민인 것처럼 국적을 숨겨 정착지원금을 받은 혐의와 여권을 부정하게 발급받아 사용한 혐의는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2560만원을 선고했다.
양성희 기자 sungh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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