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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어른말씀 믿어도 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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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여파..학생들 불신의 파도 거세

[아시아경제 이윤주 기자, 김지은 기자]"선장에게서 어른들의 모습을 보게 돼요. 입만 열면 안전과 원칙, 책임을 외치던 어른들은 다 꽁무니를 빼고, 순진하게 어른들 믿고 따른 아이들만 죽은 거잖아요", "배 안에서 가만히 있으라는 지시를 따른 순진한 학생들만 희생됐다. 이제 어른들의 말을 못 믿겠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온라인 커뮤니티 등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정부와 어른들에 대한 불신과 분노를 표현하는 학생들의 글이 쏟아지고 있다. 어른들보다 정신적 충격에 더 민감한 학생들은 우울 증세까지 호소하고 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침몰하는 여객선에서 자신의 임무를 저버리고 가장 먼저 탈출한 세월호 선장과 정부의 안일한 사고 후 구조 및 대처 과정, 언론의 무분별한 오보와 취재 관행에 대해 실망감을 드러내며 비난했다.

학생들의 비난은 먼저 권위와 책임을 버리고 자신의 목숨만 살린 선장에 대해 많이 쏟아졌지만 기성세대와 정부·정치인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다. 더 이상 어른들의 말을 듣지 않겠다는 학생들도 있었다.

"우리는 어릴 적부터 어른들 말을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고 배웠습니다. 그래서, 결과가 이것입니까? 어른들 말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나온단 말은 이제 없던 걸로", "항상 어른들은 그러잖아. '어른들 말 들어서 나쁠 거 하나 없어' 근데 지금은 어른 말 들어서 이 지경까지 온 거잖아."
정부에 대해서도 "전부 구조라고 하더니 한 순간에 실종자로 바뀌다니"라는 반응을 보였다.

"선장의 모습은 대한민국 정치인들의 모습과 똑같다"며 선장이 우리 사회 어른들의 자화상이라는 한탄도 많았다.

취재 과정에서 드러난 언론의 오보와 무분별한 취재 관행에 대해서도 학생들은 반감을 나타냈다. "인터뷰한답시고 그만 생존자와 가족들을 괴롭혔으면 좋겠다", "왜 어린 6살 생존자에게 카메라를 들이대고 말도 안되는 질문을 하는지..."

학생들의 충격은 우울증세와 또 다른 사고에 대한 불안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트위터에는 "다음 희생자는 중학생들이 될지도 모른다"는 얘기도 퍼지고 있다. 한 학생은 "학원에서 친구들로부터 지난 2월 경주 마우나 리조트에서 대학생이, 4월에는 세월호 침몰로 고등학생이 희생됐으니 이제 중학생인 우리 차례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섬뜩하고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교사들도 "학생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경기도 소재 고등학교 1학년 담임교사인 이모(33)씨는 "수학여행이든 수련회든 소풍이든 단체활동을 하기 전에는 '무조건 선생님과 어른들 말을 들어라. 개인행동은 하면 안 된다'고 가르쳐왔다"며 "이제는 뭐라 가르쳐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서울의 한 중학교에서 3학년 담임 교사를 맡고 있는 김모(29)씨는 "이번 일로 아이들이 '위급한 상황에서는 혼자 판단해야 한다'고 단정하게 될까봐 걱정스럽다"며 "대부분의 집단활동에서는 학생들이 개별적으로 움직였다가는 더 큰 사고로 이어지기 쉽다"고 강조했다. 그는 "어디서부터 지적돼야 할지도 모를 총체적인 부실로 벌어진 이번 사고 때문에 기성 세대 전반에 대한 불신이 커지는 것 같아 참담하다"고 덧붙였다.



이윤주 기자 sayyunju@asiae.co.kr
김지은 기자 muse86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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