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나영 기자, 유제훈 기자] 세월호가 침몰 직전 진도 교통관제센터(VTS)와의 교신에서 침몰이 시작된 지 몇 분 지나지 않아 "배가 많이 기울어 탈출이 불가능하다"고 말한 것이 공개되면서 사고 초기 선장과 승무원들이 공황상태에 빠져 참사를 키운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범정부사고수습대책본부가 20일 공개한 사고 당일 진도 VTS와 세월호 간의 교신 내용에 따르면 세월호는 교신이 시작된 후 9시10분 "(배가 너무) 기울어져 있어 거의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는 상황을 보고했고 잠시 후 9시14분 VTS가 승객들이 탈출 가능한지를 묻자 "배가 많이 기울어 탈출이 불가능하다"고 응답했다.
승무원들이 퇴선에 대비해 승객들에게 구명조끼를 입히려는 조치도 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9시23분께 진도 VTS가 방송으로 승객들에게 구명동의를 착용토록 하라고 지시했지만 세월호에선 “방송이 불가능하다”는 응답이 왔다. 이에 VTS는 "최대한 나가서 승객들에게 구명동의 및 두꺼운 옷을 입도록 조치하라. 라이프링(구명대)이라도 착용시키고 띄우라. 빨리!"라고 긴박한 무전을 전했다. 그러나 생존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승객들은 스스로 급박한 상황임을 알아차리고 구명조끼를 찾아 헤맸다. 단원고 학생 김모(17)군도 "급박한 상황인 걸 알지 못하다가 배가 급격히 기울면서 물이 차오르기 시작하자 선생님들과 학생 일부가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안전을 확인하고 구명조끼를 입으라고 했다"면서 "승무원들은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책상 밑이나 바닥에 엎드려 지시를 기다리는 동안 세월호는 VTS와 마지막 교신을 하고 있었다. 9시 25분께 VTS는 "저희가 그쪽 상황을 모르기 때문에 선장님께서 최종 판단을 하셔서 승객탈출을 시킬지 빨리 결정을 내려라"고 요구했고, 세월호는 지금 탈출하면 바로 구조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진도 VTS는 경비정 10분이내 도착 및 1분 후 헬기 도착을 알렸다. 이후 관제센터와 교신을 끝낸 승무원은 선원들에게 대피를 지시한 후 승객들의 안전을 살피지 않은 채 선박에서 탈출했다.
9시 33분께 진도 VTS는 "탑재된 구명벌과 구명정을 모두 투하시켜 바로 사람이 탈출하면 탈 수 있게 준비 바란다"고 세월호에 요청했으나 이때부터 교신 감도가 떨어졌고 9시 37분 결국 교신이 끊겼다. 그로부터 3분 뒤 승객과 승무원 등 150∼160명이 세월호에서 뛰어내렸고 이때 이미 선체는 60도 이상 기운 상태였다.
박나영 기자 bohena@asiae.co.kr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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