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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메신저]한 장의 천이 만들어내는 멋, 스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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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혜선 기자]따뜻하고 포근한 봄 날씨가 대지 위의 모든 시름을 다 감싸버릴 것 같다. 무엇인가 삶에 변화를 주고 싶다는 욕망이 꿈틀대는 계절이다.

이봄이 옮겨진 듯, 국민 여배우 김희애가 출연하고 있는 모 방송의드라마가 안방의 여심을 흔들고 있다. 드라마 속 패션 역시 대단한 관심사다. 특별히 눈길을 끌고 있는 것은 여주인공의 패션 중 스카프의 연출이다. 속치마 바람으로 출근한 억대 연봉의 여주인공이, 매고 온 스카프로 치마를 연출하는 센스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작가의 의도된 실수의 목적이 어디에 있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한 장의 스카프가 난처한 상황을 모면함과 동시에 아름다운 스커트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 장면뿐만 아니라 한동안 여주인공의 옷이 바뀔 때마다 예외 없이 목에, 또는 어깨에, 때론 강하게, 때론 우아하게 스카프로 악센트를 주고 있었다. 멋있다는 찬사가 가득하다.
한 장의 천을 몸에 걸치기 시작한 역사는 길고 길다. 직조 술이 처음 개발되었던 신석기 시대부터였으니 말이다. 당시 찬란한 문명을 이루고 있던 고대 이집트인들은 이 한 장의 천을 허리에 감아 입었다. 상류계층에서는 어깨 또는 머리에 두르기도 하며 부와 권력을 나타내기까지 하였다. 아래로 떨어지는 주름이 아름답다하여, 이 같은 한 장의 천을 드레이퍼리(drapery)라 한다. 이것은 역사가 진행되면서 문화의 패권을 쥔 족속들에 따라 각기 다른 이름으로, 변형되고 활용되어 왔다.

고대 그리스, 로마에서는 히마티온(himation), 토가(toga) 등의 중요한 의복으로 착용하였고, 중세를 거치며 크기나 형태, 용도가 다양하게 바뀌며 오늘에 이르렀다. 인도의 사리(sari)나 중동 지역의 터번(turban)처럼 민속복의 일부로 착용되는 곳도 많다. 우리나라 역시 신라 시대에 이미 이 드레이퍼리를 둘렀던 흔적들이 있다.

드레이퍼리가 스카프(scarf)란 명칭으로 등장한 것은 엘리자베스 1세(1558~1603년) 때였다. 불란서의 echarpe(어깨 띠, 헌장)가 그 어원 이다. 목이나 어깨에 두르기도 하고 머리를 감싸기도 하며, 햇빛을 가리기도하고 방한용 소품으로도 사용하였지만 장식성이 더욱 컸다. 뿐만 아니라 기사나 군대에서까지 받아들여 어깨띠로서 장식과 지위를 상징하는 등, 그 사용범위가 넓어졌다. 더 나아가 1650년경 넥타이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cravat에 적용되어 남성의 목을 장식하였다.
하루가 멀다 하고 바뀌는 패션 속에서 많은 옷들이 생겨나고 사라지지만, 드레이퍼리는 이런저런 이름(muffler, stole, kerchief, veil 등)과 소재, 색, 크기 등을 바꾸어 가며 방한용으로, 또는 장식용으로, 계절을 구분하지 않고 옷의 일부가 되어 사랑 받고 있다.

화면 속 주인공, 김희애를 보면서 많은 여성들이 찬사와 더불어 부러움을 감추지 못한다. 40을 훌쩍 넘기고도 44사이즈를 완벽하게 소화하는 외모도 그렇지만 휘감고 있는 고가의 명품들도 아무나 넘을 수 있는 벽이 아니다. 다만 드라마 속 여주인공일 뿐이다.

우리 모두 내 인생 드라마의 주인공이다. 드라마 마다 소재가 되는 불륜이나 출생의 비밀 같은 것 말고, 값비싼 옷도 아닌 스카프라는 소품 하나로도 현실 속 드라마의 주인공인 나를 멋있게 연출할 수 있다는 건전한 멋을 배워보자.



송명견 동덕여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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