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체(genome)는 각 생물종이 생명을 유지하고 모든 형질을 발현하는 데 필요한 유전자 세트이다. 1953년 왓슨과 클릭에 의해 생물종이 가지고 있는 유전물질인 DNA의 구조가 밝혀졌다.
우리나라에서도 유전체 해독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보건복지부, 농림축산식품부, 농촌진흥청 등 6개 부ㆍ청이 공동으로 올해부터 2021년까지 8년 동안 총 5788억원의 연구비를 투입, 포스트게놈 다부처 유전체 사업을 시작했다.
다부처 유전체 사업은 산업적으로 가치가 있는 다양한 생물종에 대한 유전체 정보의 확보와 고도화를 통해 의료, 신소재, 식량자원, 에너지 등 미래 신산업 육성을 위한 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사업이다. 농촌진흥청에서는 지난 3월 초 '포스트게놈 다부처 유전체사업' 추진을 위한 출범식을 갖고 농생명자원 분야 유전체 정보 해독 사업을 시작했다. 앞으로 8년 동안 668억여원의 연구비를 투입해 들깨, 고구마, 양파 등 작물뿐만 아니라 오골계, 제주마, 진도개 등 우리나라 토종가축 등 40여품목의 농생물종에 대한 유전체 정보를 해독하고 산업적으로 활용이 가능한 유전체 정보의 고도화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다양한 농업생물자원의 유전체 정보의 확보는 생물 신소재의 발굴은 물론 미래의 식량 안보, 기후 변화, 에너지 부족 등 예측되는 위기를 극복하는 데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토종 가축의 유전체를 해독하면 토종 가축들의 가축화 과정, 즉 진화적 측면에서 토착화에 대해 과학적으로 구명할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축산물의 생산성을 높이고 조류인플루엔자(AI), 구제역 등 악성 전염병 및 각종 질병과 관련된 유전자 구명을 통한 질병 저항성 가축 육성, 특정 면역물질을 함유한 기능성 축산물의 생산 등과 관련된 기술 개발을 위한 기반도 마련될 수 있다. 무엇보다 유전자 진단을 통해 우량 가축을 조기에 예측할 수 있는 기술 개발도 기대된다.
다부처 유전체 사업이 본격적으로 착수됨에 따라 우리나라 고유자원인 토종가축에 대한 비밀이 풀릴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우리나라 가축 유전자원들에 대한 비밀이 하나 둘씩 풀리면 미래엔 소비자가 원하는 고기를 마음대로 골라 주문할 수 있는 시대도 올 수 있을 것이다.
김태헌 국립축산과학원 동물유전체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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