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 직장인들…임원도 실다, 가늘고 길게 일하고 싶다는데
◆고령화 사회가 불안한 직장인들 = 퇴직을 목전에 둔 베이비부머(1955∼1963년 출생자) 세대들은 더욱 불안하다. 베이비부머 이전 세대는 자식을 키워 노후를 준비했다. 하지만 베이부머들은 제대로 된 노후준비를 못했다는 조사결과가 잇따르고 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베이비부머 4명 중 1명은 노후준비를 체계적으로 하지 못하거나 아직 시작하지 않았다. 보건사회연구원 이윤경 부연구위원이 보건복지부의 노후준비 진단지표를 통해 국내 35세 이상 65세 미만 성인 남녀 3070명을 설문조사해 분석한 결과는 우리나라 중장년층의 경제적 노후준비 수준은 100점 만점에 47점에 불과했다.
직장인들 사이에선 급여를 적게 받더라도 '가늘고 길게' 일터에 남는 방법을 택하기도 한다. 지난해 한 지방은행에서는 임원 승진을 거부하고 부장으로 남은 사례도 있다. 임원으로 1~2년 일하고 회사를 그만두기 보다 부장으로 정년까지 버티는 것이 유리하고 판단한 것이다. 김씨처럼 퇴직 후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 사례는 종종 있다. 공기업에 다니다 3년전 퇴직한 J씨(56)의 경우 지난해 2월 새로운 일터를 찾았다. 퇴직 이후 아내와 함께 외손녀딸을 돌보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지만 평생 해본적이 없는 가사일을 하는 것이 힘에 부쳤다. 결국 지인을 찾아 다니며 수소문한 끝에 현재의 직장을 구했다. J씨는 "보수는 예전에 비해 형편없지만 매일 아침 출근할 때가 있다는게 기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은퇴족 스스로 일자리를 구하는 것은 녹록치않다.
◆기업의 고령화 프로그램 절실 = LG경제연구소는 최근 발행한 보고서에서 급속히 진행되는 고령화 사회에서 기업 역할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는 고령화가 전세계적으로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7% 이상인 '고령화 사회'에서 14% 이상의 '고령 사회'로 넘어가는데 걸리는 시간은 프랑스가 115년, 미국은 73년, 일본 24년, 우리나라는 18년이다. 우리나라처럼 급격한 고령화가 진행되면 근로가능한 인구가 줄어드는 만큼 기업들의 대비책은 필수다.
LG연구소는 근무환경 개선과 유연근무제 등을 고령화 사회에 대한 기업 대책으로 꼽았다. 실제 영국의 통신회사 브리티시 텔레콤의 '성취 균형(Achieving Balance)' 프로그램과 같은 고령 근로자들의 본인이 처한 상황에 맞게 근무형태를 선택하면서 단계적으로 업무를 줄여 고령 근로자의 만족감을 이끌었고, 2007년 독일의 딘골핑에 위치한 BMW 제조공장에선 무릅에 무리가 가는 것을 막는 나무 바닥과 신체 무리를 줄여주는 이발소식 의자 등 고령 근로자에 맞춘 근로 환경에 5만달러의 비용을 썼다. 그 결과 연간 생산성이 7% 향상됐고, 결근률도 동종업계와 비슷한 수준인 7%에서 2%로 하락했다.
장기적인 관점에선 현재 오래 근무하면 보수가 높아지는 연공급제에서 업무에 따라 보수가 책정되는 직무급제로 전환하는 것이 소개됐다. 무엇보다 조직 구성원이 고령 근로자를 받아들이는 문화가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고령자에 대한 선입견을 없애고 고령인력의 기술과 연륜을 인정하면 경험을 중시하는 문화가 고령화 사회에선 필수적이다. 또 이같은 문화가 조성될 수 있도록 기업이 앞장서야 한다는 조언이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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