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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P, '보기만 좋은 건물' 논란 잠재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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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비 자체조달, 주변상권 연계 콘텐츠 개발 등 비전 선포 불구..세금낭비 우려에 매각 요구까지 나와

과거 동대문운동장 자리에 들어선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과거 동대문운동장 자리에 들어선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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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박나영 기자]옛 동대문운동장을 허물고 지어진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가 21일 오전 마침내 문을 열었다. 지난 2009년 4월 첫 삽을 뜬 후 5년 만이다. 6만2692㎡ 부지에 연면적 8만6574㎡, 지하 3층~지상 4층의 이 거대한 비정형 건물은 '세계 최대의 랜드마크 건축물'로 기대를 모으기도 하지만 '혈세 낭비' '역사적인 맥락과 주변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디자인'과 같은 비판과 우려를 함께 받고 있다. 이날 화려한 개관식에 맞춰 서울시는 DDP의 자립운영 계획과 다양한 프로그램 등을 소개하며 의욕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시민사회 등에서는 '잘못된 탄생'에 따른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이날 개관식에는 박원순 서울시장을 비롯해 지역주민, 동대문상인, 디자인·패션·문화계 인사, DDP 설계·공사·감리 관계자, 해외 디자인계 인사 등 900여명이 참석했다. DDP는 개관 행사로 '서울패션위크'와 국보급 문화재를 만날 수 있는 '간송문화전', 이상화·박태환 등 스포츠 선수 소장품을 볼 수 있는 스포츠 디자인전, DDP 설계자인 자하 하디드 특별전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박 시장은 개관행사에서 DDP를 "도시와 사람, 역사와 문화를 아우르는 복합문화전시공간"으로 소개하며 '꿈꾸고 만들고 누리는 디자인(Dream, Design, Play·DDP)'이란 비전을 선포했다. 그는 앞서 "DDP 안의 콘텐츠를 잘 만들어 시민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그 콘텐츠의 영향이 인근 재래시장부터 창신동 봉제사업까지 미치도록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살림터, 디자인장터 등 5개 시설로 구성된 DDP의 15개 공간에는 앞으로 컨벤션, 패션쇼, 콘서트, 공연, 시사회 등이 펼쳐질 계획이다. 특히 많은 우려를 사 온 운영비에 대해 시는 자체 조달 방침을 밝혔다. 수익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대관사업과 관련, 담당자는 "올해 목표는 거의 달성했다. 내년 대관도 전화가 마비될 정도로 문의가 오고 있다"며 "DDP 컨셉트에 맞고 주변 상권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콘텐츠를 선별하는 작업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시의 의지와 자신감에도 DDP에 대한 비판과 지적은 여전하다. 개막 전날인 20일, DDP의 활용방향에 대한 학계와 시민단체 토론회에서는 '아예 매각해야 한다'는 등의 주장까지 쏟아졌다. 홍성태 상지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5000억원의 혈세를 투입해 지어진 이 건물은 여전히 '쓰는 건물'이 아니라 '보는 건물'로 공공기관보다는 놀이동산에 어울리는 건물"이라며 "유지운영에 쏟아 부어야 할 막대한 혈세 낭비라도 줄이기 위해서는 부분 이용이나 전면 개축, 매각 등의 방법을 통해 서울시의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교수는 또 DDP를 설계한 자하 하디드를 두고 "그는 특이한 외형의 건물로 유명한 건축가이지 실제로 유용한 건물의 건축가는 아니다"라며 "한국의 건축가들을 들러리 세우고 형식적인 현상설계를 했다는 의혹이 이미 나온바 있고, 동대문운동장 주변 한양도성과 훈련도감 유구 등이 발견됐지만 모두 DDP의 어설픈 장식품처럼 전락해 버렸다"고 비판했다.
노점상들의 생존권 문제도 DDP와 연계돼 논란을 빚고 있다. 최인기 빈민해방실천연대 집행위원장은 "운동장 내 풍물벼룩시장의 경우에 일부는 또 다른 장소로 이전을 시켰지만 주변 많은 노점상들이 삶의 터전을 잃고 떠날 수밖에 없는 처지"라며 "풍물시장 내 노점상을 넘어 옛 운동장 인근에서 생계를 꾸려온 상인들과의 원만한 합의와 종합적인 계획이 전개됐어야 옳았다"고 지적했다.

DDP와 같은 랜드마크형 건축물 설립에 대해 '정치적인 조급증'이 깔려 있다는 전문가들의 비평도 나오고 있다. 김형진 카이스트 겸임교수(미술법 전공)는 "파리의 에펠탑처럼 논란이 일었지만 도시를 대표하는 건축물로 성공한 사례가 있긴 하다. 하지만 그런 성공의 그늘 아래에는 수많은 실패 사례가 있다"며 "모뉴먼트(기념물)를 통해 관광수익 등 단기이익을 보려는 지나친 조급증은 추후 막대한 비용 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박나영 기자 bohen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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