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에펠탑 VS 애물단지?…자립·컨텐츠 남겨진 숙제
"아무도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 관심 없다"
21일 개관을 앞둔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건너편 평화시장에서 10년 넘게 우산도매업을 해오고 있는 최인관씨(69)는 "여기 사람들 모두 저거 왜 지었나 한다"며 "차라리 공원이나 지었으면 사람들이 훨씬 많이 모여들 것"이라고 못 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지난 11일 찾은 동대문 평화시장 상인들에게서는 DDP 개관으로 일대 상권이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감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이곳에서 35년간 모자를 팔아온 서모씨(66·여) 또한 "청계천 복원으로 상권이 다 죽었는데 동대문운동장까지 철거되면서 다니는 사람이 없다"며 "가게 월세 150만원도 겨우 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가가 돈이 얼마나 있어 저 좋은 땅에 그걸(DDP) 지었나 몰라도 우리나라 빚도 많은데 그거나 갚지"라고도 말했다. DDP 바로 옆 건물에서 옷가게를 하고 있는 서수정씨(53·여)는 "실제로 열어봐야 파급효과를 알겠지만 저런(전시회 등) 여가 즐기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겠냐"며 "막상 DDP를 방문한 사람들도 (DDP가) 지하철과 바로 연결돼 있어 여기까지 오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먼저 DDP가 들어선 자리에서 93년을 서울시민과 함께 을고 웃어온 동대문운동장이 철거됐다. 파격과 혁신으로 유명한 건축가 자하 하디드의 설계안이 확정되면서 한양도성 이간수문과 성곽이 자리한 동대문 주변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은 물론이고 이 디자인을 고수하느라 당초 2000억원이던 예산이 4840억원으로 대폭 늘어나면서 시민들의 비난을 샀다. 이 모든 과정에 시민들의 의견 수렴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았다는 비판도 컸다. 동대문시장 상인들은 DDP가 과연 주변 상권에 시너지 효과를 가져다줄지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다.
서울시는 DDP가 일종의 촉매역할을 하면서 동대문이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지만 말대로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전문가들은 이미 지어진 건축물의 운명은 내부 프로그램 에 달렸다고 입을 모은다. 박원순 서울 시장 또한 지난 11일 DDP를 방문해 "DDP는 오세훈 전 시장이 시작해 제가 컨텐츠를 완성했다"며 DDP의 완성은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박 시장은 DDP가 동대문 활성화와 역사문화적 가치 재생에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계속되자 DDP의 컨셉을 '세계 디자인 메카'에서 '함께 만들고 누리는 디자인'으로 변경한 바 있다.
수익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대관' 담당자는 "현재까지 올해 가동률 82%를 보인다. 올해 목표 43억원 중 39억원에 대한 계약을 마쳤다"며 "내년 연간 목표 84억원에 대한 계약은 아직 진행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업 프로모션 행사 등 대관문의가 많지만 DDP 컨셉에 맞게 선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DDP에 들렀다가 동대문 쇼핑을 하고 인근 호텔에서 숙박하는 등 방문객들이 동대문에 머물 수 있는 컨텐츠를 많이 담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나영 기자 bohen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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