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일제강점기 시절 민족의 얼이 담긴 문화재를 수집하는 데 일생을 바친 간송 전형필(1906~1962년) 선생이 세운 우리나라 최초의 사립 박물관. 서울 성북동에 위치한 간송미술관의 소장품이 최초로 외부 전시를 갖는다.
1년에 단 두 번 5월과 10월 2주씩만 무료전시를 열었던 이 미술관에 전시기간 동안 줄지어 장사진을 이루는 관람객들의 모습은 해마다 주목을 받아왔다. 때론 국립중앙박물관 등 일부 대여형식으로 이곳 소장품들을 구경할 수 있기도 했지만 이처럼 주요 작품들이 대거 외부로 나들이를 나온 것은 1938년 이 미술관 설립 후 76년 만에 처음이다.
'간송문화전-문화로 나라를 지키다'란 제목으로 열리는 이 전시에는 훈민정음 원본(국보 70호), 청자상감운학문매병(국보 68호), 청자모자원숭이 연적(국보 270호), 혜원 신윤복과 단원 김홍도, 추사 김정희의 서화 등 국보급 문화재들이 대거 모습을 드러낸다. 또 심사정의 절필작인 '촉잔도권'은 그림 길이만 8.18m에 이르는 대작으로, 이번에 최초로 전체 그림이 모두 공개된다.
한글을 만든 이유와 창제 원리가 담겨진 훈민정음 원본은 거간이 요구한 금액보다 10배나 넘는 돈을 주고 간송이 사들인 것으로, 이번 전시의 대표작이다. 청자모자원숭이 연적은 1936년 일본에 거주했던 영국 변호사 존 개스비에게 인수했고, 신윤복의 혜원전신첩(국보 135호)은 일본 오사카의 골동상에서 되찾아 왔던 것이다. 이처럼 소장품들이 수집된 사연들만 봐도 간송이 문화재를 지켜내고자 했던 열정과 신념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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