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이 강진의 귀양지에서 학정에 신음하는 백성들을 보면서 비통한 심정으로 이 책을 쓴 건 벌써 200년 전의 일이지만, "다른 벼슬은 구해도 목민관만은 구해서는 안 된다"고 한 다산의 준열한 훈시는 여전히 감동적이고 새롭기에 '목민심서'에서 지방관의 도리를 배우고 따르려는 이들이 이처럼 많다는 건 반길 일이다. 다산이 말한 바른 몸가짐, 청렴한 마음과 자기 수양, 애민정신은 오늘에 되새겨 봐도 변하지 않는 불후의 덕목들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시대에 살고 있다면 다산은 지방관, 혹은 공직자가 되려는 이들에게 무어라고 당부했을까. 아마도 국민이 권력의 주인으로서의 자신의 몫을 찾도록 하는 데에 소임을 두라고 하지 않았을까. 시민이 진정한 주체로서의 시민이 되도록 조력하고 도우라고, 목민 대신 '조민(助民)' '원민(援民)'의 역할을 하라고 하지 않았을까. 목민관이 되겠다고 나서는 이들은 목민심서를 열심히 정독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그리고 정독하고 나서는 그걸 넘어서야 할 듯하다. 그것이 아마도 진정으로 다산으로부터 배우는 길이 아닐까, 한다.
이명재 사회문화부장 prome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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