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초등학교 앞에서 라면 한그릇씩 하고, 씩씩하게 북한산 국립공원으로 들어섰다. 차까지 다니는 도로를 한참 걷다 보니 1차 선택의 시간이 닥쳤다. 콘크리트 포장도로 쪽으로 좀 더 가는 노적사쪽을 택할 것인가, 좀더 험한 백운대·원효봉 길로 갈 것인가.
이른 아침이라 사람도 없고 한적했다. 쉬어가면 못갈 것도 없지 싶었다. 기록을 잴 것도 아니고 낙오를 하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페이스 조절을 했다. 너무 페이스 조절을 한 탓인가, 안 보이던 사람들이 밑에서 하나 둘 올라오기 시작했다.
한 사람, 두 사람, 추월해 가는 이들이 늘어갔다. 길은 더 가파르고 험해졌는데 내 속도는 조금 더 빨라졌다.(느낌만 그랬을 가능성이 더 높지만.) 덕분에 심장은 터질 듯이 뛰었다. 쉬는 구간이 점점 짧아졌다. 지금 백운대를 오르는 이들 중에 나보다 저질 체력은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시작한 산행이었는데 나도 모르게 오버 페이스를 하고 있었다.
경쟁할 아무 이유가 없는 상황에서도 몸은 경쟁적으로 반응하는 사람이 됐으니 30여년의 경쟁생활은 확실히 효과(?)가 있었던 셈이다. 아들에게 "공부해라" 대신 "바르게 살아라"고 말만 하지 말고, 조금 더 천천히 걸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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