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같은 밸런타인데이가 우리나라에선 여성이 남성에게 관행적으로 또는 호감의 뜻으로 초콜릿을 선물하는 날로 변하면서 여성 직장인들 사이에 고민거리로 등장했다. 한 회사, 같은 부서의 남성 상사, 동료들에게 초콜릿을 선물하는 게 관행처럼 됐지만 비용이 만만찮아서다. 대부분 직장에서 여성은 소수다. 받는 남성이야 초콜릿 한 개 내지 작은 꾸러미 하나겠지만, 주는 입장에선 많으면 수십 개에 이르러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최근 밸런타인데이를 '안중근의사 기념일'로 바꾸자는 여론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확산되고 있다.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안중근 의사가 일제로부터 사형선고를 받은 날이 1910년 2월14일이란 사실에서 비롯됐다.
기념일에는 나름 상징성과 역사성이 있다. 그 의미에 맞게 연인들끼리 가벼운 선물이나 카드를 주고받는 것이야 나무랄 일이 아니지만, 부담을 느끼면서 마음에 없는 선물을 주고받는 관습은 문제가 있다. 기념일의 의미는 살리면서 물적ㆍ심적 부담을 줄이는 지혜가 요구된다. 주고받는 선물이 꼭 초콜릿일 이유도 없다. 우리 농산물로 만든 떡이나 과자, 빵도 얼마든지 가능할 것이다. 초콜릿을 구입하는 그 돈으로 직장 동료와 함께 소외된 이웃과 어린이 등 취약계층을 찾아 선물하고 사랑을 나누는 시간을 갖는다면 의미는 더 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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