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김연아(24)의 새로운 적수가 등장했다. 러시아의 샛별 율리아 리프니츠카야(16)다. 2014 소치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단체전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 1위에 올랐다.
9일(이하 한국시간) 해안클러스터 아이스버그 스케이팅팰리스에서 열린 쇼트프로그램에서 리프니츠카야는 기술점수(TES) 39.39점, 구성점수(PCS) 33.51점 등 72.90점으로 이탈리아의 카롤리나 코스트너(27·70.84점)와 일본의 아사다 마오(64.07점)를 따돌렸다. 10일 프리스케이팅에서는 TES 71.69점, PCS 69.82점 등 141.51점을 받았다. 미국의 그레이시 골드(19·129.38점)와 이탈리아의 발렌티나 마르케이(28·112.51점)를 큰 점수 차로 제쳤다. 약점으로 지적받아온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 더블 악셀, 트리플 플립 등의 고난도 점프를 깨끗하게 소화했다. 최고난도의 스핀 연기로 다른 선수들보다 가산점도 많이 받았다.
고득점의 비결은 독창적인 스핀이다. 유럽선수권 당시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은 홈페이지를 통해 “어렵고 빠른 스핀”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단체전 연기에 미국 폭스스포츠는 “유연성과 고속 스핀 회전이 타라 리핀스키(32·미국)를 연상하게 한다”고 전했다. 리핀스키는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 이 부문 최연소 금메달리스트다. '비엘만'(한쪽 다리를 머리 위로 들어 올려 도는 스핀)을 변형한 동작이 그를 떠올리게 했다. 허리를 뒤로 젖혀 도는 '레이백' 스핀의 마지막 자세에서 오른 다리를 빙판과 수직이 되게 들어 올리고 등과 머리를 뒤로 동그랗게 만 뒤 두 손으로 오른 발목을 잡고 빠르게 돌았다. 이 스핀은 리듬체조의 ‘백스플릿턴’과 흡사한 동작으로 상당한 유연성이 요구된다.
리프니츠카야는 한 달 사이 표현력도 몰라보게 좋아졌다. 정재은 빙상연맹 피겨 심판 이사는 “어린 선수의 연기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라고 했다. 미국 NBC 방송은 “부담을 이겨낸 조숙함”이라고 칭찬했고, 미국 일간지 USA투데이는 “리프니츠카야의 연기가 끝나고 경기장을 뒤흔든 환호가 한국에 그대로 전해졌을 것”이라며 김연아와의 맞대결 양상을 점쳤다. 리프니츠카야는 경쟁을 내심 기대하는 눈치다. 경기를 마친 그는 “김연아가 오랫동안 경기에 나오지 않아 실물로 본 적이 없다”면서 “직접 (연기를) 보고 싶다”고 말했다. 최근 상승세에 대해서는 “내 생애 최고의 경기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고 분명히 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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