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4분기 실적을 발표한 현대차 에 대해 외국인은 12만3945주를 순매도한 반면 기관은 7만5472주를 순매수했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외국인의 순매도 금액은 289억여원으로 이는 외국인 순매도 1위에 해당한다. 기관의 순매수 금액은 176억여원으로 현대차는 전날 기관 순매수 4위였다.
예상보다 더 부진한 실적에도 시장 충격은 적었다. 실적 발표 전 2% 넘게 빠지던 주가가 오후 2시 실적 발표 이후 오히려 낙폭을 1% 미만으로 줄이기도 했다. 기관의 저가 매수세가 힘을 보탠 결과였다.
22일 장종료 후 3000억원대 대규모 적자전환을 발표한 DL 은 더 드라마틱했다. 실적발표 전부터 예상보다 큰 폭으로 적자전환할 것이란 소문과 함께 대림산업 주가는 22일 장중 5% 이상 급락하기도 했다. 외국인의 매도공세(314억원 순매도, 외국인 순매도 1위)가 주가를 끌어내렸고, 기관의 저가 매수세(96억원 순매수)가 추가 하락을 막는 모습이었다. 결국 22일 대림산업은 3.13%로 낙폭을 줄인 채 장을 마쳤다.
이에 앞서 지난 7일 지난해 4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한 삼성전자 도 외국인과 기관의 패가 갈렸다. 예상보다 영업이익이 1조원 이상 적은 8조3000억원이라는 발표에 외국인은 10만주 이상 순매수한 반면 기관은 7만주대 순매도로 대응했다. 이 같은 기조는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난 7일부터 23일까지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약 25만주, 3224억원어치 순매수한 반면 기관은 약 27만주, 3495억원어치를 순매도 했다. 삼성전자는 이 기간 외국인 순매수 1위, 기관 순매도 1위 종목이다.
현재까지 성적만 놓고 보면 국내 기관이 외국인보다 조금 앞서는 모양새지만 크게 보면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지난 7일 0.23% 하락하며 130만4000원으로 마감됐던 삼성전자는 23일 129만9000원으로 마감됐다. 가장 대표적인 펀더멘탈 지표를 놓고, 증시의 양대 큰 손이 엇갈리면서 주가가 방향성을 잡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증시 한 전문가는 "보통 실적이 좋으면 사고, 나쁘면 팔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실적에도 사이클이 있기 때문에 실적이 개선되는 추세냐, 아니냐가 더 중요하다"며 "여기에 현주가가 실적대비 어느 수준에 위치해 있느냐에 대한 판단에 따라 포지션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방향성이 정해지지 않았을 때는 공격적 투자보다 관망하면서 방향성이 정해질 때까지 지켜보는 게 유리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전필수 기자 phils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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