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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기술·산업의 뒷풍경③]승차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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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김과 바꿔먹던 버스 토큰ㆍ회수권
버스 안내양 '오라~이' 대신 '삑~' 바코드 소리만


[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내릴 분 안 계시면 오라~이!"
1970~1980년대 버스하면 떠오르는 것은 버스 안내양과 회수권, 토큰이다. 요즘은 스마트폰만 있으면 현금도, 교통카드도, 신용카드도 들고 다닐 필요가 없지만 당시 막대형 껌 크기만 한 회수원은 중ㆍ고등학생의 통학 필수품이었다. 잠시 과거로 시간여행을 떠나볼까.

그때 중ㆍ고생들은 한 달에 한 두 번씩 버스정류장 앞 구멍가게에서 30장, 60장 단위로 회수권을 구입하곤 했다. 1972년까지 회수권 한 장의 요금은 10원. 그 후로 버스요금이 인상될 때마다 1977년에는 25원, 1979년에는 50원, 1982년에는 85원이 됐다. 절취선으로 길게 연결된 회수권을 미리 뜯어 놓고 한쪽 끝을 스테이플러로 쿡 찍어 들고 다니면서 한 장씩 뜯어 썼던 기억은 어느새 추억이 됐다. 지금의 40~50대들은 학교 앞 튀김집이나 빵집에서 회수권을 빵이나 튀김과 바꿔먹곤 했던 기억도 생생하다. 회수권을 "냈니 안냈니"로 차장들과 말싸움을 벌이는 것도 흔한 풍경이었다.

당시 어른들은 50원짜리 동전 크기에 네모난 구멍이 뚫려 있는 '토큰'을 사용했다. 컴퓨터가 보급되고 인쇄 기술이 발전하면서 회수권을 위조하는 범죄가 심해지고 인쇄비도 문제가 되자 정부가 반복 사용이 가능한 동전 토큰을 도입한 것. 수도권은 1977년 12월, 부산은 1978년부터 토큰제가 시행됐다. 토큰 제작은 풍산금속이 맡았는데, 처음엔 학생용의 은색과 일반용의 금색으로 구분됐다가 나중에는 버스요금이 변경될 때마다 금색과 은색을 번갈아가며 만들었다. 1996년 7월부터는 컴퓨터 기술의 발달로 IC칩이 내장된 교통카드가 도입되면서 토큰의 이용은 급격히 줄었다. 토큰은 그렇게 추억 속으로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다.
우리나라 최초의 지하철은 1974년 8월 15일 개통된 1호선이다. 당시 개통 구간은 지하 서울역에서 지하 청량리역까지의 9개 정거장을 잇는 9.54㎞였고, 기본요금은 30원이었다. 지하철 개통에 따라 새로운 승차권이 나타났다. 이 승차권은 '에드몬슨 승차권'으로 불렸으며 모두 수작업으로 만들어졌다. 에드몬슨 승차권은 철도 직원들이 표를 조작해 돈을 떼먹는 비리가 발생하자 이를 막기 위해 영국 철도회사 직원이었던 에드몬슨이 승차권 발매기를 직접 만든 것에서 유래했다. 국회의사당이나 세종문화회관, 지하철 그림이 그려져 있는 이 승차권은 1986년 마그네틱 승차권이 도입될 때까지 사용됐다. 2000년대 들어 버스와 지하철을 통용할 수 있는 교통카드가 나오고 2008년 10월부터는 무임용 교통카드가 도입되면서 마그네틱 승차권은 2009년 5월 전면 폐지됐다.

토큰, 회수권, 승차권이 사라진 것은 모두 시대의 변화와 기술의 발전 때문이다. 지금은 전용 교통카드와 교통카드 기능을 겸비한 신용카드를 사용하지만, 이 역시 머지않아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이다. 요즘 20~30대 젊은이 중엔 스마트폰에 있는 근거리통신기술(NFC) 기능을 이용하면서 교통카드조차 들고 다니지 않는 사람이 많다.

이처럼 모든 것이 편리하게 돌아가다 보니 지난 날 우리가 간직했던 각종 승차권에 얽혀 있던 작은 추억거리마저 사라져 버리는 것 같아 왠지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불편하긴 했지만 기다림의 미학과 각종 에피소드가 살아있던 옛 시절을 돌아보며 오늘 하루 그 때 그 시절의 향수를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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