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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산업의 위기 上] 좋은뉴스 만으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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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위험하고 어렵고 돈도 안 되는 게 요즘 언론이다. 그런데 돈냄새라면 귀신 같이 맡는 이들이 언론사업에 뛰어드는 것은 왜일까.

인터넷 서점 창업 이후 지난해 인터넷 비즈니스 모델 너머 유통의 개념까지 바꿔놓은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가 일간 워싱턴포스트를 사들였다. 온라인 상거래 사이트 e베이의 창업자 피에르 오미디야르는 미국 정부의 정보사찰에 대해 보도한 가디언지 기자와 함께 독립 언론 창간을 선언하고 나섰다.
언론의 입지까지 위협하고 있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위터의 딕 코스톨로 최고경영자(CEO)도 방송사·신문사에 자기와 손잡고 영향력을 확대해 나아가자고 호소한다. 이는 자신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서라도 언론·미디어와 공존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처럼 인터넷 업계의 선각자들이 뉴스와 언론에서 비전을 찾고 있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언론산업 위기의 출발과 과정, 그리고 향후 전망을 살펴보며 다가올 언론환경의 변화에 대해 3차례 진단해본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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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산업의 위기 上] 좋은뉴스 만으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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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7월 한 장의 미국 뉴욕발 보도자료가 세계 신문사 곳곳에 날아들었다. 세계 언론사에 뉴스를 공급하는 통신사 로이터가 신생 인터넷 검색 업체 야후에도 뉴스를 제공한다는 내용이었다. 이것이 세계 뉴스산업의 몰락과 인터넷 포털산업 간의 역전으로 이어진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행위였다는 것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야후는 얻는 게 많았지만 로이터는 변변한 보상조차 못 받는 계약이었다. 이는 요즘 언론사들의 고민과 별 다를 바 없다. 로이터는 야후 뉴스 화면의 온라인 광고 수익을 분배 받는다는 조건에 동의했다. 어찌보면 형편없는 조건을 받아들인 것이다.

금융서비스가 강점이었던 영국 소재 로이터는 블룸버그·다우존스 등 미 경쟁사들과 맞서기 위해 야후와 손잡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이는 로이터에 비수로 돌아와 꽂혔다.

야후 이사회 멤버였던 마이크 모리츠는 “뉴스가 소비자들에게 매우 유용한 서비스였지만 서비스할 방법이 없었다”고 말했다. 야후의 이런 고민을 로이터가 해결해준 것이다. 독자들은 야후 덕에 비싼 로이터 뉴스를 인터넷에서 무료로 볼 수 있게 됐다. 야후 뉴스는 하루 아침에 인터넷 주요 서비스로 자리 잡았다. 야후의 페이지뷰가 급증한 것은 물론이다.

로이터는 뒤늦게 땅을 쳤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계약 조건상 받을 수 있는 광고 수익은 극히 제한됐다. 당시 로이터 책임자였던 데이비드 그레이브스는 계약 조건이 잘못됐음을 뒤늦게 알았다.

로이터의 막강한 언론 파워는 뉴스 서비스 인력으로 달랑 2명만 투입한 신생벤처 야후에 이처럼 허무하게 이전됐다. 뉴스 서비스를 확충한 야후의 주가는 1996년 중반 1달러도 안 됐으나 2000년 초 닷컴 버블 당시 100달러 이상으로 치솟았다.

이후 야후는 부침을 거듭했다. 야후는 지난해 마리사 메이어 최고경영자(CEO) 취임 이후 재도약용 히든 카드로 뉴스 서비스를 앞세웠다. 유력 언론인 영입으로 승부수를 걸고 있는 게 의미심장하다. 야후 주가는 지난 1년 사이 두 배로 치솟았다. 시장이 뉴스의 가치가 중요함을 인정했다는 증거다.

반면 로이터는 부진에 부진을 거듭하고 있다. 금융정보 서비스 수요가 줄어 세계 곳곳에서 기자를 감축했다. 소비자 중심으로 탈바꿈하겠다며 준비한 로이터넥스트 프로젝트는 무산됐다.

아이폰과 아이패드라는 스티브 잡스의 유산은 로이터에 그야말로 강력한 펀치를 날렸다. 소비자들이 몇몇 언론사가 골라준 정보만 접해야 했던 시대는 가고 소비자 스스로 손 안에서 원하는 뉴스를 골라 소비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이제 신문사들은 '빅데이터'까지 분석해가며 독자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일부 매체의 노력이 성과를 보이고는 있다. 그러나 '1인 미디어'인 블로그의 확산, 트위터·페이스북 같은 소셜미디어(SNS)의 확대와 함께 언론이 갈 길을 잃고 우왕좌왕하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좋은 뉴스만 제공하면 된다던 언론 매체의 말로는 처참했다. 미 시사주간 뉴스위크는 오프라인 잡지 발행을 중단했다. 일간 보스턴 글로브는 11억달러나 나갔던 몸값이 요즘 7000만달러(약 737억4500만원)로 쪼그라들었다.

이런 와중에서도 허핑턴 포스트, 비즈니스인사이더가 변화에 잘 적응해 건재하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백종민 기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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