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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고민의 무소유'를 원하시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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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필요에 의해서 물건을 갖지만, 때로는 그 물건 때문에 마음이 쓰이게 된다. 따라서 무엇인가를 갖는다는 것은 다른 한편 무엇인가에 얽매이는 것, 그러므로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이 그만큼 얽혀 있다는 뜻이다."

법정스님의 말씀을 새겨 들어본다. 범접하기 불가능할 깨달음 속에 심취해보려는 시도는, 너저분한 언행과 환경 속에 허우적거리는 자아를 조금이나마 정화시키고 싶다는 일종의 욕심이다. 게다가 연말이지 않은가. 묵은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해야 하는 이때, 이 정도의 시도조차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기도 하다.
 '무소유'를 주창한 법정스님의 가르침을 굳이 생각하게 된 것은, 집을 둘러싼 고민들이 여전히 무거운 사회이슈여서다. 많은 사람들이 어디에, 어떤 집을 사는 것이 좋을지 묻는다. 물어보는 이들이 많은 김에 집을 가지는 것이 좋을지 자문해보기도 한다.
집이라는 물건은, 다른 재화와 달리 투입금액이 크다. 저마다 등 붙이고 살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돈을 들일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다. 교통편 좀 괜찮고, 살기 좋은 환경인 아파트라면 최소한 3억원은 훌쩍 넘는 비싼 물건이니 신중하지 않을 수 없다. 연봉 5000만원을 받는 월급쟁이라면 적어도 한 푼 안쓰고 최소 6년치를 털어넣어야 3억원짜리 집을 가질 수 있다. 현실적으로 생활비를 부담해야 하는 조건이 붙는다면 2배의 기간은 능히 걸리게 마련이다. 정부가 생애 첫 주택구입자에 대한 혜택을 주는 기준인 6억원까지 눈높이를 돌린다면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래서 전세로 눈을 돌려보려 하지만 물건 자체가 줄어들고 있는 마당이어서 괴롭기는 마찬가지다. 전세금은 60주 넘게 오르고만 있고, 전세 공급자인 집주인들은 얼마라도 보증금을 월세로 바꾸려 하고 있다. 전세금을 은행에 예치해둬 봐야 연간 이자율이 기껏 2%대 중반에 지나지 않아 오르는 물가를 감안한다면 남는 게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이다.

집을 사기에도 부담스럽고 전셋값은 날이 갈수록 뛰고 있으니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얘기들이 나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싶다. 그런데 여전히 국민의 대다수는 일단 내 집은 마련해야 한다는 의식이 높다. 지난해 한 주거실태조사에서 자가주택이 꼭 필요하다는 대답은 72.8%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명 중 7명은 집을 가지고 싶어한다는 얘기다. 더이상 집값이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심리적 기대감으로 인해 주택구매를 주저하는 수요자들이 많이 늘어났는 데도 여전히 한국 사회에서 '내 집'에 대한 욕구는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수도권 거주자의 주택보유 의식이 66.0%로 지방 도지역 거주자들(80.9%)보다 훨씬 낮다는 점이다. 수도권에서도 이제는 조금만 외곽으로 나가면 쉽게 집을 구할 수 있을 정도여서 과거의 절대부족 상태에서 벗어났음을 보여준다. 소득에 비해 집값이 여전히 비싸다고 느끼거나 주택은 더이상 소유의 대상이 아니라는 판단을 더 많이 내리기 때문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가장 주택보급률이 낮은 수도권부터 인식변화가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법정스님의 말씀이 아니더라도 주택을 갖기 위해 평균적으로 치러야 하는 수많은 고민덩어리를 싸안지 않고, 그래서 마음에 얽히는 것을 줄이려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얘기다. 사실 아파트를 새로 사려면 우선 다달이 얼마짜리 청약저축을 들어야 할지 고민해야 하고, 청약자격이 되는지 따져봐야 하고, 청약대상을 물색해야 하며, 어떤 동호수가 당첨될지 가슴 졸여야 한다. 청약률이 낮은 데도 마음에 들지 않은 층이나 향을 배정받으면 또 어찌할 것인가. 대출을 어디서 얼마나 받고 어떻게 갚을지만 생각하기에도 버거운 데 마음을 얽어매는 요인들은 부지기수다. 그럴진대 과거의 패러다임에 맞춰진 복잡한 주택공급제도로 집을 구하기까지 지나치게 부담을 갖도록 해서야 되겠나 싶다.





소민호 건설부동산부장 sm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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