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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이삼순미용실에서 생긴 일 ①

최종수정 2020.02.12 11:55 기사입력 2013.11.28 11:03

사내가 통유리창으로 된 미용실에서 선풍기 커버 같은 걸 덮어쓰고 앉은 풍경이 마뜩지는 않았지만, 목욕탕에서 깎는 머리들이 풍기는 70년대풍은 꼭 탈출하고 싶었다. 이대 전철역에서 내린 순간, 고민이 시작됐다. 헤어살롱 뷰티샵 헤어드레서 헤어디자이너 헤어커커...버터냄새가 나는 아리송한 이름들이 휘황한 간판들. 저 수많은 헤어어쩌고와 뷰티저쩌고 중에서 어딜 들어갈 것인가. 그냥 이쁘다 미용실이나 신촌 미장원 같은 거, 그런 거 없나? 괜히 좁은 골목을 기웃거리면서 좀 덜 패셔너블한 미용실을 찾느라 한참 다리품을 팔았다. 마침내 오아시스 같은 간판 하나를 발견했다.

이삼순 미용실. 이삼순? 흐흐…. 괜히 웃음이 나왔다. 어쩌면 미용실 이름을 저렇게 지었을까? 저 미용실의 주인 이름이 저거인 모양인데 그렇다면 내가 찾던 바로 그 편한 미용실이 아니겠는가?
이삼순 미용실은 이대 앞 거리가 끝나가는 후미진 골목 2층에 후줄근한 간판을 매달고 서 있었다. 저 촌스러움이란 다국적 이름의 미용실보다 이발료가 저렴하다는 것을 보증하는 문패가 아니겠는가. 보무도 당당하게 이삼순 미용실로 들어선다.

거울에 허연 곰팡이 무늬가 기어올라가고 천정과 맞닿은 굴곡 부분 바로 아래에는 프랑스 여인의 금발이 찰랑이는 미용실. 낯설면서도 익숙한 실내 풍경. 타임머신을 탄 듯한 기분을 느꼈다. 사장님이신 듯한 아줌마 하나가 손님이 없는 틈을 타 매니큐어를 칠하고 있었고 인상적인 아가씨 하나가 귀찮은 일이 생기기라도 한듯 크게 이죽이는 입으로 껌을 질겅이면서 다가왔다. 쭉 찢어진 눈, 여드름이 분방하게 피어있는 뺨, 엉덩이가 옆구리로 샌 듯 디룩디룩 찐 살이 출렁거리는 그녀는 성난 하마처럼 긴장감을 불러 일으켰다.

"커트 하실 거예요?" 하마가 입을 열었다.
"예."

괜히 주눅이 들어 목구멍으로 되넘어가는 소리로 대답했다.

"저기 앉으세요."

가죽시트의 한쪽 모서리가 터져 남루해보이는 자리로 손가락을 쏜다. 양쪽에 쇠로 된 팔걸이가 우악스럽게 뒤틀려있어 마치 사형수의 전기의자 같은 느낌을 준다.

자리에 앉았을 때 하마는 두툼한 손으로 와이셔츠 목부분 깃을 쓱쓱 접어 안으로 밀어넣는다. 두툼한 손가락이 마치 목을 조일 듯한 기세로 쓱쓱 파고들어와 살갗에 닿는다. 움찔움찔. 하마는 주둥이 부분에 물때가 낀 노란 손분무기를 들고는 머리 주변에 거침없이 물을 뿌리기 시작한다. 머리카락 끝에서 회색 물방울이 맺혀 얼굴 앞으로 몇 방울 뚝뚝 떨어진다. 미처 방울로 맺히지 못한 다른 물줄기는 뺨을 타고 주루룩 내려간다.

"짧게 깎으실 거예요?"

박살난 유리의 가는 금들처럼 잔주름을 잔뜩 만들어내는 웃음을 지으며 매니큐어를 칠하던 여인이 가위로 머리카락 몇 올을 들어올리면서 이렇게 물었다.

"예. 좀 젊어보이게 시원스럽게 깎아주세요."

짧게 깎는 핑계를 대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기분으로 이렇게 대답했다.

"센스가 있는 분이시네. 겨울이야 말로 단발이 어울리거든. 옷이 두터울 땐 머리는 가벼운 게 스타일링이 되죠. 선생님은 또 원래 쇼트가 낫기도 하고…. 여기 처음 오셨죠?"

갑자기 불심검문하는 질문에 움찔했다.

"예. 근데 여긴 참 편한 느낌이네요."

그 남자가 들어선 것은 중간벌초를 끝낼 때쯤이었다. 이삼순씨는 생각보다 센스가 있는 미용사임에 분명했다. 대담하게 커트기를 들이대어 뒷머리와 옆머리의 깔끔한 윤곽을 만들어내더니 날렵한 동작으로 가위질을 시작했다. 확신에 찬 그 손놀림은 믿음직스러웠다. 자잘하게 쓸데없는 가위질로 앉은 사람을 졸음 오게 하는 목욕탕 이발사들과는 격이 다르게 느껴졌다. 필요한 곳을 정확하게 선택하여 팍팍팍 잘라나가는 품이 이 방면의 전문가임을 웅변해주고 있었다. 역시 이대 앞에 잘 왔구나! 그러나 그런 감탄은 그 남자가 유리문을 열고 들어서기 전까지뿐이었다. (다음주 계속)
 
<향상(香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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