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 길가의 이팝나무 사이엔 몇몇 다른 수종(樹種)이 있다. 회화나무도 그 중 하나다. 회화나무는 명보아트홀 앞에 서 있다. 모습이 점잖은 회화나무는 학자수(學者樹)라고도 불리며 영어 별명도 스칼라 트리(scolar tree)다.
자태가 품위 있고 아름다운 회화나무와 이팝나무는 가로수로 제격이다. 회화나무 가로수는 압구정동에서 볼 수 있다. 이십여년 전 압구정동에서 회화나무를 처음 보고, 그때는 이름을 몰랐지만 참 정취 있는 나무라고 생각했는데, 초동에서도 만나게 되니 반갑다.
강남고속터미널 네거리에서 서울교육대학 방향으로 가는 길에는 칠엽수가 헌칠하다. 칠엽수는 마로니에라는 서양 이름으로 더 알려졌다. '지금도 마로니에는 피고 있겠지…'라는 노래가 한때 많이 불렸다. 대학로에 마로니에공원이 있고, 마로니에공원에는 마로니에가 서 있다. 파리 몽마르트 언덕의 가로수도 마로니에라고 한다.
겨울이 되도록 칙칙한 빛으로 나뭇가지에 붙은 플라타너스 잎을 보면서 '다른 나무로 바꾸면 어떨까' 생각하곤 했다. 플라타너스를 대신할 후보로 팥배나무를 추천한다. 줄기가 단정하고 늦봄에 흰 꽃이 무리지어 피고, 가을엔 팥만한 작은 배 모양의 열매가 예쁘게 열린다.
가로수가 겨울을 앞두고 잎을 떨군다. '든자리는 몰라도 난자리는 안다'지만, 요즘엔 이런 말이 더 어울리는 듯하다. '난자리는 익숙해지게 되고 날자리가 더 허전함을 안겨준다'고. 잎이 다 진 다음보다 떨어지기 시작하는 요즘이 더 쓸쓸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나목(裸木)으로 지낸 뒤의 신록과 꽃이 더 눈 부시게 마련이니….
백우진 선임기자 cobalt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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