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 진두지휘 업체 경영위기 봉착
오너경영 마침표에 8·10일 주가 하한가
경쟁사, 불똥 피하려 눈치…반사이익 기대 ↑
“발주처 안정적 공급 요구에 물량 옮겨올 수도”
[아시아경제 나석윤 기자] 58년 역사의 전선업체 대한전선이 설윤석(32) 사장 자진사퇴로 위기를 맞은 가운데 반사이익을 누리려는 업계의 눈치싸움이 치열해지고 있다.
1955년 설립 이후 3대째 오너십 경영을 이어 온 대한전선이 휘청인 데는 지난 2004년 설원량 회장의 갑작스런 타계 후 이뤄진 무분별한 사업 확장이 크게 작용했다. 리조트와 부동산사업 등에 무리한 투자가 이어지면서 대한전선의 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현재는 그 규모가 1조3000억원까지 치솟은 상태다.
설 사장이 사퇴를 결심한 배경에는 2009년 취임 이후 저가수주 주력 등 경영정상화를 위한 노력에도 8000%를 넘어선 부채비율을 극복하지 못한 점이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소용돌이 속 대한전선의 주가는 설 사장 사퇴 이튿날과 그 다음 장까지 연이어 곤두박질쳤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8일과 10일 대한전선 주가는 2거래일 연속 14.95%가 빠졌다.
11일 1.29% 반등에 성공했지만 하락세를 만회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지난달 말 2975원까지 회복하며 3000원대 회복을 눈앞에 뒀던 주가는 경영실적 부진과 사장 사퇴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열흘 새 1000원 이상 빠지며 결국 2000원대를 반납했다.
같은 기간 대한전선 경쟁업체들은 대부분이 오름세를 기록하며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불황 속 최대수요지인 건설경기까지 침체된 상황에서 나온 대한전선 사태가 분위기 반전용 카드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사퇴 소식이 알려진 다음달 업계 1위 LS 은 100원(0.13%)이 오른 7만4900원에 장을 마쳤고, 가온전선 과 JS전선 등도 각각 2.43%, 0.31% 상승세를 기록했다.
경쟁사들은 시장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추가적인 수주물량 유치에 발 빠르게 대응한다는 구상이다. 대한전선이 경영위기를 맞으면서 기존의 수주물량이 경쟁업체로 이동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전선업계 한 관계자는 “시장 내 한 업체가 부실해질 경우 경쟁업체가 반사이익을 누리는 건 통상적으로 나타나는 일”이라며 “수익성 제고 차원에서 이뤄졌던 대한전선의 수주방식이 향후 조정된다면 상대적으로 경쟁업체들의 수익 개선에는 호재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나석윤 기자 seokyun198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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