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계의 서태지'라는 장기하와 얼굴들의 노래 '우리 지금 만나'가 요즘 새록새록 입가에 맴돈다. "둘이 만나자", "아니다 여럿이 함께 보자"며 민주당과 새누리당, 청와대가 달포 넘게 펼치고 있는 기싸움을 보면서다.
결국 국민들은 관심도 없는 회담 형식을 두고 '2 - 3 - 5 - 2 - 5 - 2'라는 암구호 같은 핑퐁게임만 벌인 것이다. 당장은 박대통령이 해외 순방 중이고 다음 주 추석을 비껴가면 회담 자체가 유야무야 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양쪽 모두 애초에 만날 생각이 없었던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만나자는 논의 자체부터 이렇게 공방만 하고 있으니 정작 만나서 제대로 된 대화가 되기도 힘들겠다. 민주당은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한 진상 규명과 남재준 국정원장의 해임, 국정원 개혁 등을 요구하며 벼르고 있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민주당이 이런 날선 의제를 꺼낼 게 뻔하기 때문에 회담을 해도 별 소득 없이 정쟁만 확산될 것을 우려했을 수 있다.
박 대통령은 "100% 대한민국을 만들어 국민행복시대를 열겠다"고 했다. 그것이 선거를 위한 정치적 선전 구호였을 뿐이라면 모를까 상대당 후보에게 표를 준 48%의 국민들도 아울러야 진정한 통합이라 할 것이다. 그런데 그 흔하던 국민과의 대화도 이번 정부에서는 사라졌으니 야권과의 대화도 요원한 것인지.
'싸구려 커피'라도 한잔 놓고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는 게 정치인들에겐 쉽지 않은 모양이다. 만남이 늦춰질수록 현안은 쌓이고 자존심이 상한 만큼 전투력은 상승한다. 국회 파행과 그로 인한 민생 외면을 지켜보는 국민은 답답하다. 박 대통령은 내일 귀국한다. 순방 외교의 성과 보따리를 푸는 자리를 빌려서라도 꼬일 대로 꼬인 정국을 풀어야 한다. 그러려면 별 수 없다. 만나야지.
♬배터리는 다 떨어져 가는데 너도나도 아무런 말이 없는데 충전기는 멋대로 엉켜 있는데 별 수가 있나 만나야지 (그렇지)~♬
김동선 기자 matthe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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