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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한 사물에 말을 건다"..'디자인; 또 다른 언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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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훌륭한 디자인은 사람과 제품 사이에 소통, 특별한 유대감을 제공해준다. 사람들은 디자인을 미술의 영역 혹은 포장기술 등 이분법적으로 나눠서 이해하는 경향이 있다.

디자인의 본질적 힘은 사람의 마음속에 담긴 욕망, 욕망을 채워주는 창의력, 하찮은 것을 아름답게 만드는 조형력에 있다. 사물에 대한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고 사람에게 제대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도록 생각과 능력이 합쳐질 때 좋은 디자인이 태어난다. 디자인은 수천년 동안 수많은 생활 도구 및 제품들을 통해 이어지고 있다. 따라서 디자인은 단순히 현재의 이야기가 아니다. 과거로부터 와서 오늘을 담아 내일로 이어가는 삶의 이야기다.
이야기가 담긴 디자인은 사람 마음을 움직이고 세상을 변화시킨다. 또한 풍요롭고 인간다운 사회를 이루는 데 기여한다. 지금 젊은 작가 10인의 아주 특별한 디자인전이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회는 '디자인; 또다른 언어'라는 주제로, 내년 2월23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디자인 상설전시실에서 진행된다.

이번 기획전 참여 작가는 고만기, 김영나, 김한규, 김희원, 박원민, 이은재, 이정은, 이제석, 잭슨 홍, 최정유 등 10인으로 국제 디자인계가 주목하는 신진 디자이너다. 이들은 30, 40대 초반으로 각기 다른 장르를 전공한 것이 특징이다. 전시회에서는 가구 디자인, 그래픽 디자인, 광고 디자인, 패션 디자인, 공예 디자인 등 여러 디자인 분야의 작품 100점을 볼 수 있다.

구병준 큐레이터는 "가구, 그래픽 등 특정 카테고리보다는 여러 장르의 디자인을 자유자재로 표현하고 싶어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기획했다"며 "개별 전공과 작업 성향 등 배경이 다른 작가들을 통해 사물에 대한 재해석을 시도했다"고 설명한다.
"갖고 싶은 것과 만들고 싶은 것은 다르다" 그래픽 디자이너 김영나의 작품 '테이블 A' 는 금속 소재에 분체 도장처리한 시리즈물이다. 서로 다른 규격의 테이블 시리즈는 테이블에 올려질 사물들-각종 서류, 노트북, 프린터, 책 등 인쇄물-을 포용하는 입체물로 변주된다.
김영나의 작품 '테이블 A'

김영나의 작품 '테이블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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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간결한 철제 상판과 다리는 테이블이 놓여 있는 공간을 좀더 가볍고 표준화된 노동 공간으로 바꿔준다. 즉 '스마트 워킹' 혹은 재택근무를 추구하는 오늘날의 노동환경에 맞춰진다.

이에 반해 박원민의 '희미한 연작' 시리즈는 흰색, 회색, 그리고 은은한 남색의 컬러들이 수묵화를 연상시키며 주위 환경을 차분한 명상 및 휴식공간으로 바꿔준다. 또한 수지를 소재로 한 만큼 각각의 빛과 조명들에 의해 시시각각 다른 채도를 비춰내며 공간의 변화를 담아낸다. 탁자와 의자, 테이블 등 다양한 가구로 형성된 '희미한 연작' 시리즈는 고요함과 편안함, 균형감각 등으로 인해 휴식이 더 절실한 공간에 알맞는 디자인적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이정은의 '누에 #02'는 혼합 합성섬유로 된 의복들로 기존 직물이 갖는 느낌을 전혀 이질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가는 실들이 이어져 이음새나 재봉선을 보이지 않고 한 벌의 옷을 만들어낸다. 결국 누에가 실을 뽑으면서 바로 옷을 만들어내는, 일체화된 과정의 제작 방식을 통해 인체와 옷을 통합해주는 의미를 담는다.
이정은 작품 '누에 #02-선'

이정은 작품 '누에 #02-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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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은 작품과 관련, 구병준 기획자는 "옷 제작 과정이 기존 틀에 얽매이지 않으므로써 섬유 자체가 3차원적 형태를 띤다"고 설명한다.

잭슨 홍의 '슬래쉬 체어'로 이뤄진 의자 시리즈는 금속 강판에 분체 도장처리해 컬러풀한 이미지를 살리고 있다. 팔걸이, 등받이 등 의자의 상부는 바닥보다 넓어 다소 가분수 형태를 띤다. 그러나 의외로 안정감을 준다. 의자들은 간결하고 단순해 공장에서 찍어낸 듯 질서를 지녔다. 디자인에 있어 실내와 실외를 모두 포용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잭슨 홍 작품 '슬래쉬 체어'

잭슨 홍 작품 '슬래쉬 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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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식용이라기보다 실용적인 형태를 띤 슬래쉬 체어는 미적 감각과 기능성이라는 측면을 동시에 달성하고 있다.

최정유의 '습관-선의 반영'은 네팔에서 찾은 자연 소재를 우리 전통 공예와 접목시키면서도 친환경적인 디자인을 선보인다. 소재 자체도 대나무, 벼과 식물들의 줄기를 엮어 소재가 갖는 기본 속성을 그대로 살려내고 있다. 오브제와 사람의 기술이 결합, 친숙하고도 편안한 도구로서의 바구니들은 우리 전통 공예가 추구해온 정신과도 맞닿아 있다. 디자인이 "아주 오래된 미래 이야기"라는 정의에 합당한 작품으로 평가된다.
최정유 작품 ''습관-선의 반영'

최정유 작품 ''습관-선의 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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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이 미적 감각, 실용과 기능, 자연 환경과의 결합을 시도하는 작업이라고 할 때 10인의 젊은 작가들이 제안하는 디자인은 일상적인 사물에 '사람'이라는 언어를 입히고 있다.

한편 이번 전시 관련 정보는 국립현대미술관 홈페이지(www.mmca.go.kr)를 통해 자세히 알 수 있다.




이규성 기자 pe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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