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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詩]이상국의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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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기뻐서 시를 쓰랴
강가에서 새들은 날아가고
때로는 횡재처럼 눈이 내려도
사는 일은 대부분 악착같고 또 쪼잔하다
그걸 혼자 버려두면 가엾으니까
누가 뭐라든 그의 편이 되어주는 것이다
나의 시는 나의 그들이다

■ 신바람이 나서 시를 쓸 때도 있겠지만, 그리고 멋진 풍광에 도취해 저절로 시가 나올 때도 있겠지만, 많은 시들은 때묻은 삶 속에 그늘진 채로 들어앉아 있는 법이다. 이 순한 시골 시인이 악착같고 쪼잔하다는 말을 뱉는 그 자리에도 시는 있다. 시는 그 악착같고 쪼잔한 사물들을 어머니의 눈으로 바라보는 따뜻한 응시이다. 그 오글거리는 것, 그 자질구레한 것, 그 더러운 것, 그 아픈 것을 가만히 품에 안고, "너 이 자식, 힘들지? 괜찮아"하고 중얼거리는 그 마음이다. 세상의 모든 것들은 한 덩어리인 것 같고, 자신만이 오직 절대고독자로 떨어져 나와 있는 외톨이같은 마음으로 살고 있진 않은가. 눈을 씻고 다시 들여다보면 그 모두가 외톨이로 톨톨톨 흩어져 홀로 웅크린 것들이 아닌가. 그늘 속에 숨은 저 외로운 것들을 호명하는 존재가 바로 시인이다. 그 이름 부르는 일이 시업(詩業)이 아니던가.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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