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현대자동차그룹이 글로벌시장 공략을 위한 전략을 일부 수정했다. 신차 투입 등을 통해 볼륨을 키워왔던 종전 성장중심 전략에서 품질 및 소비자 만족도 향상이라는 고객감성 중심으로 전략을 급선회한 것이다.
이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최근 실시한 글로벌 전략회의에서 "당장 판매대수를 늘리는 것 보다 질적인 성장이 선행돼야 한다"고 언급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실제 현대차의 앨라베마공장과 기아차 조지아 공장은 현재 3교대로 생산인력을 투입해 100% 이상의 가동률을 보이고 있다. 현지 현대차와 기아차의 연간 생산능력은 72만대 수준으로 기아차의 가동률은 106%, 현대차는 121%에 달한다. 이들 두 회사의 현지생산과 수출물량을 포함한 상반기 판매대수는 각각 36만1010대와 27만7351대로 이미 63만대를 넘어섰다.
지난해부터 잇따르고 있는 현대ㆍ기아차 리콜 소식도 이 같은 방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관측된다. 당장 판매대수를 늘기는 것보다 질적인 성장이 필요한 시기가 왔다는 것으로 현대차그룹 수뇌부가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현대ㆍ기아차는 미국, 유럽 등 현지 생산라인에 새 모델을 투입하는 것을 최대한 자제하기로 했다. 이같은 전략은 "품질관리와 고객 만족도 향상에 주력하라"는 정 회장의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 고급차 시장의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위해 제네시스 등 고급차를 현지에서 생산하지 않겠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대신 현대ㆍ기아차는 연구개발 투자를 늘릴 방침이다. 한국에서 생산해 미국시장에 수출하는 에쿠스, 제네시스, K7 등의 기술 경쟁력을 높이는데 더욱 더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독일 고급차 브랜드가 국내에 판매하는 모델을 중국산이 아닌 독일산을 고집하면서 한국적 사양에 맞추기 위해 노력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현대차 관계자는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최고급 모델을 현지에서 생산해 얻을 수 있는 가격경쟁력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며 "가격 경쟁력을 얻은 대신 품질 경쟁력 저하로 고급차 시장에서 그동안 쌓은 이미지를 한꺼번에 잃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더 큰 상황"이라고 전했다.
임철영 기자 cyl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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