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상가' 된 잠실종합운동장 스포츠상가 입주민들 호소..."이주 5년만에 거지됐다"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26일 오후 서울 잠실 종합운동장 뒷편의 스포츠종합상가. 한창 손님 맞이에 바쁠 시간이지만 손님이라곤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터널처럼 되어있는 상가 골목은 한낮인데도 어두컴컴했고 찾는 이가 없어서인지 가게들도 대부분 비어 있었다. 23개의 상가가 줄지어 늘어선 좁다란 길에는 각종 헬스기구, 런닝머신 등만 포장이 뜯어진 채 먼지 속에 그대로 방치되어 있었다. 상가보다는 지하창고 같은 모습이었다.
상가 상인들은 스포츠상가가 이렇게 '유령 상가'가 된 것은 이곳의 접근성이 좋지 않고 홍보도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2호점을 운영하는 강석용씨는 "동대문 운동장에 있던 때 찾아오던 단골손님들이 이곳으로 옮긴 이후에는 가게를 찾기도 어렵고 차가 없이는 오기 불편하다는 이유로 발길을 끊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은 이전 당시부터 예상됐던 문제였다고 상인들은 주장한다. 당시 서울시가 상가에 대한 대대적인 홍보와 함께 지하철역에서 상가까지 셔틀버스를 운영하고 스포츠용품 우선구매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주겠다고 약속해 이를 믿고 상인들은 별다른 반대없이 이전에 동의했지만 이후 서울시의 약속 중 하나도 지켜진 것이 없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상가 상인들은 동대문으로 돌아가겠다는 입장을 SBA와 서울시에 여러 차례 전달했다. 그러나 전혀 반응이 없었다는 것이 상인들의 주장이다.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가 일단 개장한 이후에 어떤 용도로 써야할지 아직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상가 상인들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관리 책임을 맡고 있는 SBA측은 '과장된 엄살'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SBA측 관계자는 "상인들 말처럼 5년간 매출이 전혀 없었던 것이 아니라 동대문에 있을 때에 비해 28% 정도 줄었을 뿐"이라며 "온라인 쇼핑 등을 통해 매출은 점차 안정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상가의 매출현황 등 구체적인 자료를 요청하자 "자료들이 아직 정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고, 더구나 이 자료들은 내부자료라 함부로 공개할 수 없다"고 궁색한 답변을 내놓았다.
한편 서울시는 지난 4월 잠실과 삼성동 일대를 묶어 '영동권 종합발전계획'을 발표하면서 이 지역을 컨벤션과 전시 등 '마이스(MICE)' 특화단지로 개발하겠다는 구상을 내놓은 바 있어 잠실 경기장 일대의 향후 장래에 새로운 변수가 되고 있다. 여기에는 종합운동장 지역에 대한 개발계획도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정작 서울시 관계자는 "아직 발주처가 정해지지 않아 종합운동장 지역과 관련된 어떠한 세부사항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고 말해 잠실 종합운동장 일대 상인들의 시름은 쉽게 가시지 않을 전망이다.
이현우 기자 knos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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