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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승장구' U-20, 성과보다 뿌리를 주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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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종 감독(가운데)과 U-20 월드컵 대표팀 [사진=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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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전성호 기자]당장은 무성한 가지와 생기어린 잎사귀가 보인다. 그것이 나무의 전부는 아니다. 진가는 땅속 깊이 박힌 뿌리에 있다. 다가올 풍파에 쉽게 쓰러지지 않을, 나이테를 늘일수록 거목으로 자랄 원동력이다. 이광종호를 바라보는 진짜 기쁨이다.

이광종 감독이 이끄는 U-20(20세 이하) 대표팀은 25일(이하 한국시간) 터키 카이세리 카디르 하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3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B조 2차전에서 포르투갈을 맞아 2-2 무승부를 거뒀다. 1승1무(승점4)를 기록한 한국은 포르투갈에 다득점이 뒤진 조 2위를 달렸다. 28일 자정 이스탄불에서 열리는 나이지리아(승점 3)와의 최종전에서 비기기만 해도 16강에 오를 수 있다.
U-20 월드컵은 한국 축구와 인연이 깊다. 무엇보다 다가올 미래를 보여줬다. 1983년 멕시코 대회는 한국 축구 최초의 '4강 신화'와 '붉은 악마'란 애칭을 낳았다. 이후 한국은 8회 연속 성인월드컵 본선에 진출했고, 약 20년 뒤 한반도는 붉은 물결에 휩싸였다. 2009년엔 홍명보 감독 아래 역대 최약체란 혹평을 딛고 8강에 올랐다. 당시 멤버가 주축이 돼 2012 런던올림픽에선 사상 첫 동메달이란 역사를 썼다.

이번 대회도 마찬가지다. 물론 아직 16강 진출조차 확정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미 '만족'과 '기대'를 얘기할만하다. 괜한 설레발이 아니다.

이광종 감독은 한국 유소년 지도자 1세대다. 2000년 대한축구협회 유소년 육성프로그램 전임 지도자 1기였다. 새로운 한국 유소년 시스템 출범 이후 10년 넘게 한 우물을 팠다. 통상적으로 선수들은 초등학교 4학년을 전후해 정식으로 축구에 입문한다. 바꿔 말해 현 U-20 대표팀은 지금의 한국 유소년 축구 시스템 아래에서 모든 경력을 거친 사실상 첫 세대다. 이광종호가 한국 축구의 '진짜' 미래인 이유다.
U-20 축구대표팀 [사진=정재훈 기자]

U-20 축구대표팀 [사진=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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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제주 전지훈련장. 26명 선수 가운데 프로 선수는 없었다. 대학 혹은 고교 선수만으로 훈련 명단을 채웠다. K리그 개막을 앞둔 데다 규정 외 소집인 탓이었다. 그럼에도 이광종 감독은 "여기 있는 선수들은 지금보다 몇 년 후를 내다봐야 할 재목들"이라며 든든해했다. 그는 "아마추어와 프로 선수들과의 기량은 종이 한 장 차이"라며 "팀을 위해 희생할 줄 알고, 성실하게 훈련에 임한 선수가 기회를 얻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러다보면 팀도 강해지고, 새로운 스타도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시 훈련장에서 구슬땀을 흘리던 류승우(중앙대)부터 그의 말을 입증하고 있다. 류승우는 조별리그 두 경기 연속골을 넣으며 '스타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강상우(경희대) 조석재(건국대) 김선우(울산대) 심상민(중앙대) 한성규(광운대) 등도 훌륭히 제 몫을 해내고 있다.

대표팀 전체도 강하다. 톱니바퀴 조직력과 물 흐르는 듯한 유기적 패스 플레이로 세계와 맞서고 있다. 장신 군단 쿠바를 맞아 신체적 약점을 넘어선 우위를 보였고, 지난 대회 준우승팀 포르투갈을 상대로도 저력을 발휘했다. 무엇보다 최근 A대표팀에서 실종됐던 한국 축구만의 투혼과 근성이 빛났다. 대견함을 넘어 찬사의 시선을 보낼 만 하다.

대회를 앞두고 이광종 감독은 "이번 대표팀은 한국 축구의 미래를 보여줄 세대"라며 "사실 월드컵에서 세계적인 유망주들과 겨루는 것 자체만으로도 좋은 선수로 성장하는데 엄청난 밑거름이 된다"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성적도 중요하지만, 언론이나 팬들도 그런 점을 봐줬으면 한다"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그의 말대로다. 물론 U-20 대표팀이 승승장구 끝에 16강을 넘어 8강, 4강까지 오르는 것도 기쁜 일이다. 하지만 그 보다 더 즐거운 일은, 한국 축구 '10년 대계'의 첫 열매의 탐스러움 그 자체를 바라보는 것이다.



전성호 기자 spree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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