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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물 '자린고비'들(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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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자동차 청소/고시원 화장실/ 옥상 텃밭 등 실생활용 달인 선정..누구나 시설설치 원하면 공사비 90% 지원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27~28일 이틀간 내내 봄비가 내려 때이른 더위를 식혀줬다. 그런데 '빗물'의 가치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봄비 1㎜의 가치는 약 213억원에 달한다는 연구결과도 있지만 빗물은 각종 용수로 쓸 수 있는데다 먼지를 가라앉혀 청소비용을 절약해주는 등 경제적 자원이기도 하다.

도시에서도 이같은 '빗물'의 가치를 알고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다. 서울시가 28일 선정한 '빗물의 달인들'은 빗물 한 방울의 소중함을 먼저 알고 모아쓰는 이들이다.
성북구 성북동에서 자동차 정비소를 운영하는 황영길 씨는 2008년 건물을 리모델링하면서 폐정화조를 빗물이용시설로 바꾸어 활용하기 시작했다. 그는 3년간 방치됐던 정화조를 다른 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궁리하다 정화조 환풍구를 통해 지붕처마의 빗물을 받아쓰는 방법을 생각하게 됐다. 빗물을 이용해 보니 수돗물 절약 등 효과가 너무 좋아 부족한 점을 조금씩 고쳐나갔다. 나중엔 서울시에서 지원하는 설치비 보조 제도를 활용, 추가로 빗물이용시설을 설치해 지금은 총 6톤의 빗물이용시설을 사용하고 있다. 모아진 빗물은 옥상 텃밭, 자동차 정비ㆍ청소에 사용하고 있다. 작년에 정비소를 다시 리모델링을 하면서 화장실 배관도 새로 설치해 화장실에서도 빗물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황씨는 "지금은 비가 오지 않는 겨울을 제외하고는 항상 빗물을 사용하고 있다"며 "많은 시민들이 빗물의 가치를 느껴 생활 속에서 빗물을 모으는 작은 노력들을 함께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

송파구 가락동에서 사무실과 고시원을 운영하는 홍윤표씨는 무려 52톤의 빗물을 모을 수 있는 시설을 설치해놨다. 약 20㎡의 옥상 텃밭을 만들어 야채와 고추 등을 심어 가꾸면서 많은 수도요금으로 고심하던 차에 서울시에서 설치비 지원을 받아 수돗물 저장용 지하 저수조를 빗물이용시설로 바꾼 것이다.
처음엔 지붕의 빗물을 모아 평소 사용하지 않던 지하 저수조로 연결해 사용하다가 빗물이 더욱 많이 필요해지자 주차장에서도 빗물을 모았다. 여기서 모은 빗물은 5층 건물의 모든 화장실에서 쓰인다. 추운 겨울을 제외하면 1년 중 11개월 정도는 빗물을 쓰고 있다. 수도요금은 빗물이용시설 설치 전에 비해 10% 정도로 확 줄었다.홍씨는 "시민들이 빗물을 이용하는 방법을 어렵게 생각하는 것 같다"며 "많은 시민들이 빗물이용의 즐거움을 함께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서구 개화동 살고 있는 김남수씨는 화초 가꾸기와 채소재배를 위해 빗물을 이용하고 있다. 그는 빗물을 쓰면 쓸수록 빗물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높아져 다소 불편했던 시설들을 스스로 연구해 바꿔나가고 있다. 이물질을 걸러내는 지붕의 거름망 설치에서 착안해 빗물탱크의 수위를 확인할 수 있는 수위계 장치와 빗물을 모을 때 오염된 빗물과 불순물을 거르는 장치 등도 스스로 개량해 활용하고 있다. 김씨는 "새벽에 신문을 가지러 현관을 나설 때 빗물탱크에 가득찬 물을 볼 때면 마음이 든든해 부자가 된 것 같다"며 "어린 시절 가뭄으로 고생했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 버려지는 물을 은행에 저축하듯이 보관하면 좋을 것 같다는 아쉬움을 항상 느낀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는 빗물이용시설을 설치하고자 하는 시민들에게 설치비(기준공사비)의 90%를 지속적으로 지원주고 있다.  

배광환 서울시 물관리정책과장은 "빗물은 하늘에서 시민 모두에게 공짜로 주는 선물이다"며 "버려지는 빗물을 아끼는 마음을 가지고, 빗물의 달인들처럼 빗물에 대한 인식이 새로워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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