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염경엽 감독님의 배려에 감사드릴 뿐이죠.”
넥센 신인 조상우의 1군 데뷔 소감이다. 새내기는 15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한화와 홈경기 19-1로 앞선 9회 등판, 삼자범퇴를 이끌었다. 공 8개만으로 대승에 마침표를 찍었다. 선배들은 일제히 그라운드로 나와 축하를 건넸다. 포수 박동원은 따로 기념공도 챙겨줬다. 이날 터뜨린 프로 데뷔 첫 홈런보다 후배의 훌륭한 데뷔에 더 기뻐했다. 조상우는 쑥스러웠는지 라커룸으로 향하며 연신 머리를 긁적였다. 차분하게 소감을 밝힌 건 샤워를 마친 뒤였다.
내용은 훌륭했다. 선두타자 조정원을 3루수 앞 땅볼로 잡았고, 최진행을 좌익수 뜬공으로 유도했다. 후속 추승우는 시속 152km 포심 패스트볼을 앞세워 루킹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직구가 원하는 대로 들어간 게 주효했어요. 다 좋았던 건 아닙니다. 바깥으로 크게 벗어난 커브 2개가 아쉽습니다. 너무 힘을 줬어요. 불펜에서 던졌을 땐 괜찮았는데. 제구를 더 세밀하게 다듬어야겠습니다.”
거듭된 지연부턴 염 감독이 의도한 바다. 1군 선수들의 경기를 관찰하며 공략 방법을 스스로 깨닫게 했다. 앞서 염 감독은 “신인투수에게 1군 데뷔전은 무척 중요하다”며 “좋지 않은 상황에 내보내면 큰 상처를 받을 수 있다. 서두르지 않겠다. 충분한 적응기간을 두고 준비시키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호시탐탐 노린 기회는 타선이 대폭발해 19-1로 리드 중인 경기였다. 조상우는 말한다.
“일주일 전 예정대로 선발 투구를 했다면 솔직히 많이 긴장했을 겁니다. 아무것도 모른 상태에서 큰 경기를 치러야 했으니까요. 일주일 동안 더그아웃에서 경기를 응원하며 선배들이 참 대단하게 느껴졌습니다. ‘이런 대단한 무대에서 어떻게 저런 플레이를 할 수 있지’란 감탄을 수차례 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풍경을 계속 보다보니 나도 할 수 있단 자신감이 생겼어요. 긴장도 점점 사라졌고요. 염경엽 감독님의 배려 덕에 첫 경기를 편안하게 잘 치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마운드에서 한 번도 떨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설렜습니다. 또 던지고 싶습니다.”
“자신감 붙은 새내기만큼 무서운 선수도 없다.” 야구인들이 흔히 하는 말이다. 잘 나가는 넥센은 분명 또 다른 힘을 발견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
정재훈 사진기자 ro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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