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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훈의 X-파일]롯데, 타선이 붕괴돼도 투수놀음?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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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진 롯데 감독(사진=정재훈 기자)

김시진 롯데 감독(사진=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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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편 '롯데, 꼭 옥스프링이어야만 했나'에 이어 계속

야구는 투수놀음?
흔히 야구를 투수놀음이라 한다. 특히 ▲경기 수가 메이저리그에 비해 적고 ▲주1회 휴식이 보장되며 ▲한여름 우천순연이 많고 ▲순연된 경기가 더블헤더가 아닌 9월 이후 편성되는 프로야구 환경에서 그 비중은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물론 예외의 팀도 나올 수 있다. 올 시즌 롯데가 대표적이다.

롯데는 지난해까지 5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지난 가을야구에선 4년간 넘지 못했던 준 플레이오프의 벽도 허물었다. 그러나 한때 리그 최강을 자랑하던 타선은 지난해 팀 득점 꼴찌(509점, 경기당 평균 3.83점)로 추락했다. 2001년 이후 가을야구를 경험한 팀 가운데 롯데보다 적은 득점은 올린 건 2006년 KIA가 유일하다.

2006년 KIA와 2012년 롯데에겐 공통점이 있다. 빈곤한 득점력을 투수진의 혹사로 메웠다. 과부하는 상위 선발투수와 불펜의 승리 조에 집중됐다. KIA는 이듬해 후유증을 절감했다. 2007년 에이스였던 세스 그레이싱어는 도망치듯 일본으로 떠났다. 불펜의 기둥이던 윤석민과 한기주는 내구성이 떨어진다는 혹평에 시달렸다.
2012년 롯데는 이대호(오릭스)의 공백을 절감했다. 가을야구를 맛본 건 선발투수 쉐인 유먼의 호투와 이명우, 최대성, 김성배, 김사율의 몸을 아끼지 않는 역투 덕이었다. 올해 투수진이 메워야 할 공백은 더 커졌다. 홍성흔(두산)과 김주찬(KIA)이 빠졌다.

이 정도로 투타 밸런스가 무너지면 타선보강은 필수다. 하지만 김시진 감독은 마운드 보강에만 집중했다. 김주찬의 보상선수로 투수 홍성민을, 홍성흔의 보상선수로 투수 김승회를 택했다. 외국인선수도 스캇 리치몬드(퇴출)에 이어 크리스 옥스프링을 데려왔다. 투수 출신인 김 감독의 선택은 어쩌면 당연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에겐 최하위 팀 추락이란 트라우마가 있다. 넥센 지휘봉을 쥐었던 2011년이다.

롯데 선수단(사진=정재훈 기자)

롯데 선수단(사진=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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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감독은 2011년 넥센의 추락 원인 가운데 하나로 코리 알드리지를 꼽았었다. 4번 타자를 맡아 20홈런 73타점을 올렸으나 낮은 타율(0.237)과 OPS(장타율+출루율, 0.766)를 못마땅하게 여겼다. 알드리지는 찬스에서 나름 강한 모습을 보였다. 그해 득점권타율은 0.301. 그러나 장타율은 0.435에 머물렀다.

꼴찌로의 추락은 임기를 2년을 남겨두고도 자진사퇴할 수밖에 없는 빌미가 됐다. 이런 김 감독이 롯데 부임 첫해 외국인타자를 영입할 가능성은 애초 낮아 보였다.

김시진은 투수를 잘 키우는 감독?

많은 이들은 김시진 감독의 장점으로 두 가지를 꼽는다. 덕장으로서의 면모와 투수 교육이다. 롯데는 클럽하우스의 분위기를 깨지 않으면서 강점으로 떠오른 투수력을 유지, 강화시켜줄 감독으로 김 감독이 적임자라고 생각한 듯하다. 인품에 대해선 반론의 여지가 없다. 감독이 떠난 팀에선 수만 가지 뒷담화가 나오기 마련. 김 감독도 사람이기에 적잖은 대화에서 이름이 거론된다. 그러나 그만큼 악명을 적게 듣는 사람도 드물다.

그렇다면 마운드 교육은 어떨까. 김 감독은 감독재임 4년(2009~2012) 동안 투수진을 잘 키워냈을까. 1군선수로 자리를 잡은 선수들의 숫자를 살펴보면 그럴 수 있다. 하지만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투수로 성장하거나 차근차근 성장한 선수를 꼽으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김 감독이 넥센에서 내놓은 가장 큰 수확은 굴지의 마무리로 자리를 잡은 손승락이다. 사실 그는 김 감독이 ‘키워낸’ 선수라 보기에 무리가 있다. 프로 입문 때부터 던진 강속구가 마무리로 자리를 옮기며 빛을 발휘했다고 할 수 있다. 더구나 보직 이동은 당시 마무리였던 황두성의 컨디션 난조로 급조됐었다. 강윤구, 문성현, 장효훈, 김영민 등은 1군에 이름을 알렸지만 지난해까지 더딘 성장을 보였다. 이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2군에서 기량을 잘 다듬고 1군에 올라오면 대체로 고전을 거듭했다.

손승락(사진=정재훈 기자)

손승락(사진=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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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잖은 야구 관계자와 팬들은 ‘명투수/명투수코치 출신 감독=투수 육성능력이 뛰어난 감독’이란 믿음을 가지고 있다. 현대야구에서 공식은 유효하지 않다. 감독은 투수력, 공격력, 수비력 등 팀 전력의 주요 요소를 체크하는 자리다. 이밖에도 클럽하우스 분위기 유지, 2군 선수단 기량 체크, 미디어 플레이, 선수단 내 이해관계 조정 등 할 일은 산더미다. 그만큼 많은 스트레스에 노출돼 있다.

결국 젊은 선수들이 1군에서 자리를 잡으려면 선수 본인의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하다. 담당코치의 헌신적인 지도와 프런트의 효과적인 시스템 구축도 절대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

오치아이 히로미쓰는 주니치 드래곤즈 감독으로 재임한 8년(2004~2011) 동안 선수단을 저팬시리즈 우승 1회, A클래스 8회 진출로 이끌었다. 오치아이는 일본프로야구를 대표하는 강타자 출신이지만 감독 재임기간 주니치의 투수력을 리그정상급으로 끌어올렸단 평을 받았다. 취재진의 찬사를 받을 때마다 그의 답변은 한결같았다.

“투수에 관해 나는 아마추어다. 모든 결정은 모리 시게카즈 종합투수코치가 한다. 내가 투수진에 관여한 건 취임 첫해인 2004년 개막전 선발로 가와사키 겐지로(현 지바롯데 코치)를 낙점한 것뿐이다. 사실 난 오늘경기 선발투수가 누군지도 모른다.”

마운드 보강 효과는 언제쯤?

감독이 당일 선발투수가 누군지도 모르는데 팀이 돌아가려면 무엇보다 1군 투수코치의 능력이 출중해야한다. 같은 측면에서 롯데의 정민태 투수코치는 어떠할까.

우선 투수 출신 감독들은 투수진 운용에 대체로 많이 개입한다. 선발진 구성, 승리조 구성, 마무리 선임 등은 감독의 영역인 경우가 많다. 나머지 선발투수와의 대화, 투구 폼 및 투구패턴 교정, 불펜진의 컨디션 체크, 불펜 등판순번 결정 등은 투수코치가 담당한다. 모리 코치처럼 투수운용에 대한 전권을 물려받으려면 사소한 부분에서부터 감독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김성배(사진=정재훈 기자)

김성배(사진=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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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과정은 국내에서도 쉽게 발견된다. 투수운용이 깐깐하기로 소문난 선동열 감독(KIA)은 삼성 사령탑 시절인 2010년 오치아이 에이지를 1군 투수코치로 맞았다. 선 감독은 투수운용에 대한 개입을 점차 줄이더니 후반기 무렵 오치아이에게 대부분을 믿고 맡겼다. 정민태 코치는 넥센 시절 포함 1군에서만 김 감독을 5년째 보좌하고 있다. 하지만 투수운용의 상당부분은 여전히 김 감독의 몫이다.

투수코치의 능력은 투수운용 전권을 위임받지 않아도 평가될 수 있다. 불펜의 컨디션 체크와 등판순번 결정 등이 그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 지난 시즌 롯데는 불펜운용이 빼어나단 평을 들었다. 물론 혹사가 지나치단 지적도 적잖았다. 그 중심엔 주형광 투수코치가 있었다. 당일 컨디션이 좋은 투수 2명을 골라내 경기 후반 승부처에 투입시켰다. 찬사와 비판이 모두 담긴 ‘양떼 야구’의 본질이다.

정 코치가 가세한 올 시즌은 어떨까. 아직 시즌 초반이나 불펜은 지난해만큼 위력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4패 5블론세이브에 평균자책점은 5점대에 육박한다. 특히 정대현은 컨디션 이상에도 7경기에 나와 평균자책점 7.50으로 부진했다. 블론세이브도 2개나 남겼다. 롯데는 최근 믿음직한 셋업맨 김성배를 마무리로 돌렸다. 변화는 궁여지책에 가깝다. 김성배는 물론 강영식, 김승회 등에게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는 탓이다. 시즌 전 타선 대신 투수진을 보강한 효과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롯데는 25일 현재 7승1무8패로 6위에 그치고 있다. 문제는 드러난 성적이 아니다. 경기내용 하나하나가 좋지 못하다. 늘어나는 김 감독의 한숨. 이런 그를 보고 있으면 명감독 레오 듀로셔의 말이 떠오른다.

“사람 좋으면 꼴찌(Nice Guys Finish Last)."

김성훈 해외야구 통신원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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