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쪽 길의 정류장이 아니라 건너편 길의 정류장에서 허리가 고부라지고 머리가 하얀 할머니 한 분이 손을 들고 서 있다. 이 경우 서울의 버스라면 어떻게 할까? 길 건너편의 승객을 위하여 버스를 세울 기사는 없지 않을까? 하지만 용문사행 버스는 멈춰 섰다. 기사는 차창을 열더니 소리친다.
"아니, 절에…." 할머니 대답에 기사는 다시 소리친다.
"그럼 이쪽으로 오셔서 타야 돼요. 그 정류장은 읍내 나가는 버스 타는 곳이에요."
할머니는 뒤뚱뒤뚱 이쪽으로 걸어온다. 버스는 문을 열어 놓고 기다린다.
할머니가 자리에 앉고 나서야 버스가 천천히 움직인다. 그 기사, 보기와는 좀 다르다.
"기사님 댁 개에요?" "아니에요."
"그럼, 왜 갑자기 그 개를…?"
"아, 예. 얼마 전 그 개집에 있던 놈을 버스가 치었어요. 갑자기 튀어나왔는데 어찌할 수가 없었지요. 처음 낸 사고였는데…. 그만 죽고 말았어요. 그 개한테 미안해서 어쩔 줄 모르겠어요."
"그럼, 지금 저 개는요?"
"그 개가 죽고 나서 주인이 다른 개를 한 마리 사왔더군요. 가끔 틈나는 대로 저 녀석을 안아준답니다. 그전 개에게 사과할 겸 해서…."
마음이 왠지 짠했다. 퀭한 얼굴, 그 버스기사 생각이 가끔 난다.
<향상(香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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