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전성호 기자]박지성(퀸즈파크 레인저스)의 이적설이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올랐다. 때 아닌 얘기는 아니다. 지난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유니폼을 벗을 당시 못잖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QPR은 8일(한국시간) 로프터스 로드에서 열린 2012-13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32라운드 홈경기에서 위건과 1-1 무승부를 거뒀다. 이로써 QPR은 4승12무16패(승점 24)로 19위에 머물렀다. 1부 리그 잔류 마지노선인 17위 선덜랜드(승점 31)와의 격차는 7점. 강등 가능성은 더욱 높아졌다.
이런 가운데 '데일리 미러'는 7일 "박지성이 QPR의 악몽 같은 올 시즌의 첫 번째 희생자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근거는 토니 페르난데스 QPR 구단주의 발언이다. 그는 "팀이 프리미어리그에 잔류하든 강등되든, 이에 상관없이 몇몇 선수는 이적할 것"이라며 "우린 팀에 오랜 시간 도움이 될 만한 선수를 원한다"라고 말했다. 선수단을 젊은 선수 위주로 개편하겠다는 뜻. 자연스레 팀 내 베테랑 고액연봉자들이 우선 정리 대상이다.
박지성의 주급은 5만 파운드(약 8600만 원)로 QPR 내 최고 수준이다. 다음 시즌을 끝으로 현역 은퇴도 고려중이다. '데일리 메일'이 그를 '첫 번째 희생양'이라 표현한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매체는 박지성에 대해 "현재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와 아랍에미리트(UAE) 리그의 구애를 받고 있다"라고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 박지성의 이적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앞서 그는 QPR을 현역 생활의 마지막 팀으로 결심했다고 수차례 밝혀왔다. 페르난데스 구단주 역시 최근 발언과 별개로 박지성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QPR의 아시아 마케팅 측면에서도 박지성의 가치는 다른 고액 연봉자와 차별화된다. 타국 리그로 갈 경우 연봉도 예전만큼 받기는 어렵다. 이런 가운데 QPR이 기적적으로 1부 리그 잔류에 성공한다면 그가 QPR을 떠나기는 어렵다.
반면 QPR이 2부 리그로 강등될 경우 박지성의 생각도 달라질 수 있다. 굳이 현역 생활의 마지막을 하부 리그에서 보낼 이유는 없기 때문. 다만 국내 무대 복귀에 대한 의지는 흐릿하다. 기량이 하락할 시점에 K리그 클래식에 돌아와 팬들의 높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득보다 실이 많기 때문이다. UAE리그 등 중동행도 명분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차라리 실리를 구하는 편이 낫다. 특히 그는 은퇴 이후 지도자보다는 사회공헌 활동과 스포츠 행정가의 삶을 꿈꾸고 있다. 같은 이유로 미국행을 택한 이영표의 뒤를 밟을 수 있는 셈. 물론 이 모든 것을 뒤로 하고 QPR과의 의리를 지킬 가능성도 남아있다. 어느덧 박지성에겐 선택의 시간이 강요되고 있다.
전성호 기자 spree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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