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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강 라인업' 고전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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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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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암초에 부딪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부진의 근본은 타선이다. 좀처럼 점수를 뽑지 못한다. 갑작스런 이상 현상은 아니다. 여섯 차례 연습경기에서부터 예견됐다. 2승 1무 3패. 대표팀은 베스트 라인업를 내고도 두 차례나 영패했다. 그 상대는 NC와 대만 군인선발팀이었다.

연습경기 평균 득점은 2.17점. 안타는 7.2개였다. 적잖게 찬스를 잡고도 집중타를 치지 못했다. 그 사이 당초 붙었던 ‘역대 최강 라인업’이란 수식어는 무색해져갔다. 일각에선 본 대회를 위한 위장이라 했다. 하지만 네덜란드를 상대로 만든 득점 찬스는 4회 1사 1, 2루와 7회 무사 1, 2루 두 차례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후속 불발로 득점과 연결시키지 못했다. 오히려 야수들은 수비 실책 4개를 저지르며 투수진의 어깨를 무겁게 했다.
참담한 경기력의 원인은 무엇일까. 냉정하게 이유로는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자만과 컨디션 저하다.

▲‘류중일 호’, 만만하게 보다 큰 코 다쳤다

대표팀은 자만했다. 대부분이 1라운드 통과를 당연하게 여겼다. 지난 2월 11일 첫 소집에서 선수들은 같은 B조의 대만, 네덜란드, 호주를 경계하지 않았다. 오히려 일본, 쿠바와 2라운드에서 부딪힐 것으로 예상하며 선전을 다짐했다. 오승환은 “중요한 건 2라운드부터”라며 “일본과 쿠바만큼은 반드시 이겨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손시헌은 “준결승 진출 전까진 일본전 승리가 가장 중요하다”라고 했다. 노경은 역시 “선수들끼리 하나로 똘똘 뭉쳐 일본을 이기겠다”라고 출사표를 던졌다.
1라운드 순항을 낙관한 건 류중일 감독도 마찬가지. “타선이 1, 2회 대회 때보다 훨씬 낫다”라며 내심 우승을 내다봤다. 대만과 관련한 질문엔 “텃세를 우려하는 시선이 있는데 야구는 심판이 4명 이상 배치되는 경기”라며 “텃세가 있더라도 실력으로 이기면 된다. 걱정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전력에 대한 우려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네덜란드와 호주는 아예 언급조차 없었다.

다른 의견을 가진 일원도 있긴 했다. 이승엽이 대표적이다. 일본과 경기에 맞춰진 분위기에 “일본을 더 이겨야겠단 생각을 가져본 적이 없다”며 “WBC는 모든 경기가 중요하다. 매 순간 최선을 다 하겠다”라고 다짐했다.

[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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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껏 고무된 분위기는 지난 대회 선전에서 비롯된다. 대표팀은 1회 대회에서 미국을 7-3으로 꺾는 등 승승장구, 준결승에 진출했다. 2회 대회는 준우승이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목표는 자연스레 상향 조절됐다. 높아진 프로야구 열기에 일부 관계자들은 이를 당연시 여기기도 했다.

사실 대표팀은 다른 나라의 성장세를 체감하기 어려웠다. 올림픽에서 야구가 제외되며 수준급 전력으로 나서는 국제대회가 3년에 한 번씩 치러지는 WBC로 제한된 까닭. 그나마 있던 대륙간컵과 야구월드컵도 각각 2010년과 2011년을 끝으로 폐지됐다.

두 대회는 분해되며 한국야구에 좋은 교훈을 줬다. 세계야구의 평준화다. 아마추어와 프로 1.5군 선수를 중심으로 나선 대표팀은 2007년부터 고전을 거듭했다. 2007년과 2009년 야구월드컵 성적은 각각 5위와 9위. 2011년엔 6위에 머물렀다. 당시 네덜란드는 쿠바를 2-1로 꺾고 우승했다. 대륙간컵 결과도 다르지 않았다. 2010년 대회에서 대표팀은 6위에 그쳤다. 쓴맛을 경험한 코치진은 하나같이 입을 모았다.

“세계야구가 평준화되고 있다. 더 이상 만만한 팀은 없다.”

▲이유 있는 컨디션 이상

대표팀의 컨디션은 정상일 수 없다. WBC가 펼쳐지는 3월은 정규시즌 한 달여 전. 더구나 선수들은 해외 스프링캠프에서 컨디션을 끌어올리다 중도 소집됐다. 규칙적인 훈련, 환경 등에서 벗어나 충분히 흐름을 놓칠 수 있었다. 대만 전지훈련의 제약도 빼놓을 수 없다. 땀을 흘릴 수 있는 곳이 도류구장 한 곳뿐이어서 여러 면의 운동장을 사용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 담금질은 여유로운 분위기에서 이뤄졌다. 우려의 목소리가 새어나올 정도였다.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는 “선수들이 소속팀에서 혹독한 훈련을 소화하다 나와서인지 다소 늘어졌단 인상을 받았다”라고 전했다. 이어 “몇몇 선수들은 집중력이 떨어져 보였다. 분위기를 잡아주는 코치가 필요해보였다”라고 덧붙였다. 다른 관계자는 “연습경기를 치르면서 타격 부진이 대두됐지만 대부분이 농담을 주고받고 밝은 분위기를 유지해 위장전술인 줄 알았다”라고 귀띔했다.

사실 이른 컨디션 조율은 선수에게 무리한 요구다. 올 시즌 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다면 더더욱 그러하다. 실제로 신시내티의 추신수는 이 같은 이유로 일찌감치 불참을 선언했다. 28명의 대표팀에선 추신수와 같은 처지인 선수가 8명이나 있다. 이대호, 손시헌, 이용규, 강민호, 오승환, 윤석민, 장원삼, 정근우 등이다. 최정도 대표팀 성적에 따라 FA를 앞당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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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에게 올 시즌은 무척 중요하다. 활약에 따라 몸값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 같은 이유로 적잖은 메이저리그 선수들은 시즌이 열리는 4월이 아닌 5월에 주안점을 두고 몸을 만든다. 장기 레이스에 대비한 복안이다. WBC 출전 등은 고려조차 하지 않는다.

이 같은 차원에서 이승엽, 진갑용 등의 WBC 출전은 강수라고 볼 수 있다. 베테랑에게 컨디션 조절만큼 중요한 사안이 없는 까닭. 실제로 2005년 타율 2할7푼7리를 기록한 김민재는 WBC에 출전한 이듬해 수치가 2할1푼1리로 내려갔다. 동갑내기인 김종국도 커리어하이에 가까운 2할2푼6리를 쳤다. 2005년 타율 2할4푼7리를 때린 김재걸 역시 이듬해 2할1푼1리로 부진했다. 동갑내기 박경완도 빼놓을 수 없다. 2009년 WBC 출전 직후 맞은 정규시즌에서 100경기 이상 연속 출장 기록이 12년 만에 깨졌다. 출장 횟수는 65번에 그쳤다. 무엇보다 그해를 시작으로 박경완은 아킬레스건 파열을 비롯한 다양한 잔부상에 시달렸다.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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