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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中업체가 화장을 배우는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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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둥교역회 현장 가보니···

상하이 화둥교역회 전시장 전경

상하이 화둥교역회 전시장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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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제품만 섞어 놓으면 솔직히 어느 나라 제품인지 구분하지 못했을 것들이 많았다.
지난 1일부터 5일간 중국 상하이 신국제박람센터(SNIEC)에서 열리고 있는 ‘제23회 중국 상하이 화둥 수출입 교역회’에 참가하고 있는 중국업체 부스를 돌아보면서 소비재 부문에서는 중국이 세계시장을 지배하고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특히 올해 전시회에는 자사 독자 브랜드를 간판으로 내걸고 부스에 컨셉을 준 공격적인 마케팅을 구사하는 업체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그동안 하청생산 위주의 사업구조로 인해 대기업 구매 담당자를 유치하는 데 주력하느라 중국업체 전시회 부스는 제품 진열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하지만 브랜드 업체들은 여타 패션업체들처럼 아예 사명을 찾아볼 수 없게 부스를 만들었다. 자사 제품이 가장 좋아보이도록 조명을 별도 배치하고, 화려한 색상을 과감하게 도입해 보는 이들의 눈을 압도했다.

물론 브랜드명이 다소 유치하고, 바이어들은 물론 중국인들도 글로벌 업체에 비해 자국업체를 잘 모르는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순수한 ‘맨 얼굴’을 앞세웠던 중국업체들이 이제 ‘화장’을 시작했다는 점은 주목해 볼만 했다.
◆포장과 마케팅에 신경쓰는 중국= 중국 전문가도 이를 자랑스러워했다. 2일 기자와 만난 루워 예 쪼우 상하이국제무역촉진위원회 총괄 책임자는 “화둥 교역회만 7년을 담당했는데, 제조에 있어서는 중국이 한국과 일본기업에 비해 실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포장과 마케팅 능력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루워 총괄 책임자는 “한국과 일본에 비해 중국은 아직까지 3개국 노동비가 가장 낮아 대향생산에 유리하다. 따라서 중국기업은 어떻게 하면 운송비를 줄여 판매단가를 낮출 수 있는지에 대해서만 고민했다”며 “하지만 제조경쟁력을 확보한 지금은 가장 부족한 게 명품화, 브랜드화 하는 것이다. 이런 점을 인지하고 중앙 및 지방 정부가 많은 지원을 하고 있다. 다행인 점은 지난 몇 년 사이에 중국기업들이 브랜드나 포장의 중요성을 자각하고 개선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화둥교역회에 참가한 중국 업체 부스

화둥교역회에 참가한 중국 업체 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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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일본 등 외국기업 부스가 밀집한 해외관의 주제는 ‘모던 라이프(Modern Life)’, 즉 ‘현대적인 생활 방식을 소개하다’였는데, 해외관 주변에는 제품 경쟁력이 상당한 수준에 이른 중국업체들의 부스로 채워졌다. 이들 업체들이 전면에 내세운 제품들은 디자인과 색상 등을 자사에서 직접 개발해낸 것들이 대부분이라는데, ‘촌스럽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은, 가구나 문구 등 팬시제품, 주방기구 등은 한국에서도 통할 수도 있겠다고 볼 정도였다.

천막처럼 휴대가 가능하면서도 언제 어디서나 펼쳐놓으면 바로 촬영 스튜디오가 되고, 키보드를 많이 사용해 손가락과 손목에 무리가 가는 사람들을 위한 손 마사지기 등은 많은 이들의 발길을 붙잡은 아이디어 상품이었다.

◆국가 홍보로 전환한 일본= 일본은 지난해까지 화둥교역회의 해외관을 지배한 국가였다. 화둥지역에 소재한 중국업체들도 일본업체들과 거래관계를 맺기 위해 전시회를 나오는 사례가 많았다.

하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중-일간 외교 문제에 철퇴를 맞아 참가업체 수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일본무역진흥회(JETRO)가 마련한 일본업체 홍보관에는 제품 진열은 최소화 하고 전시회에 참가한 지역과 지역 소재 중소기업을 소개하는 책자를 소개하는 데 그쳤다. 그나마 부스를 찾는 중국 바이어들의 수도 매우 적었고 일본 업체직원들도 되도록 눈에 띄지 않는 의상을 입고 조용히 내방객을 맞이하는 모습이었다.

주최측 관계자는 “중-일간 관계가 안좋아 져서 일본업체들도 줄었지만 일본으로 수출을 원하는 중국기업도 참가가 줄었다”며 “관계가 빠른 시일 안에 회복되기만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이형호 보소코리아 대표가 휴대가 간편한 분리형 와인잔을 소개하고 있다.

이형호 보소코리아 대표가 휴대가 간편한 분리형 와인잔을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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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이미지·품질 고급화로 차별화= 일본의 몰락 덕분에 오히려 이번 전시회에서는 한국업체들이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웰빙에 대한 관심이 증가,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관 참가업체들은 중국인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다.

이번 전시회에 한국업체는 한국무역협회의 지원을 받은 39개 기업과 인천과 대전·충남, 충북, 대구·경북 등 지자체 별로 참가한 10여개 기업 등 총 50여개 기업이 참가해 해외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MJ주얼리와 인사주얼리에는 참관객들이 인산인해를 이뤘으며, 녹즙기 제품을 전문으로 하는 엔유씨전자와 엠씨스퀘어로 잘 알려진 휴먼 부스에도 호기심으로 방문했다가 구체적인 판매 방법을 묻는 바이어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골프 연습용 배트 전문기업 베스콘은 올해 처음 화둥 교역회에 참가해 전시회 이틀 만에 준비한 제품을 모두 판매했다. 야구방망이를 연상케하는 디자인을 채택한 이 제품은 한국 골프광들에게 어필한 뒤 중국으로 다양한 색상으로 행사 관람객들의 주목을 받았다.

송재홍 베스콘 이사는 “골프가 고가 스포츠란 선입견에 아직 대중화되지 않았지만 향후 사업성이 충분히 있다고 본다”며 “‘메이드인 코리아’라는 점이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휴대가 가능한 분리형 와인잔을 내세운 보소코리아는 일본과 프랑스 바이어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플라스틱으로 제작한 이 제품은 깨질 염려도 없어 언제 어디서나 와인을 즐길수 있다. 이형호 보소코리아 대표는 “파티, 피크닉 문화가 활성화 되고 있는 현대 문화생화를 고려할 때 파손 걱정이 없는 분리형 와인잔에 바이어들이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의 매서운 추격 속에서도 한국 제품이 두드러진 활약을 이뤄낸 것은 제품 하나하나에 차별화 된 가치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국’이라는 높은 국가 브랜드 신뢰도까지 더해 고급제품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줬다.

전시장에서 만난 타월업체 엠엔에스 김유수 대표는 “잡화 부문에서 중국이 사실상 세계를 지배하고 있으나 한국산 제품을 따라올 수 없는 특별한 뭔가가 있다”며 “타올의 경우 원사에서 한국의 기술이 뛰어나기 때문에 디자인이 좋아도 중국 업체들은 한국에 진입을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하이(중국)= 채명석 기자 oric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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