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롯데관광은 시행사인 드림허브 이사회를 앞두고 코레일이 회생안으로 제시한 4조 규모의 증자안을 수용한다고 발표했다. 삼성물산이 넘겼던 용산역세권개발(AMC)의 지분 45%도 양도한다고 했다. 코레일이 요구했던 조건을 모두 받아들인 것이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코레일과 롯데관광의 지배구조를 감안하면 애시당초 롯데관광이 이길 수 없는 싸움을 한 것이란 생각이 든다.
정창영 사장은 임기가 있는 코레일의 전문경영인인 반면 김기병 회장은 롯데관광의 오너다. 용산개발 사업이 실제 좌초할 경우 정 사장은 경영상의 유한 책임을 지면 되지만 김 회장은 회사의 사활과 운명을 같이해야 한다.
물론 양측의 사업방식에 대한 견해차가 방향은 서로 다르지만 위기에 처한 사업을 어떻게든 살려보겠다는 절박감에서 비롯됐다는 것에 이견을 달 생각은 없다. 어느쪽의 주장이 더 타당한 것인지도 지금 이 시점에서 판단하긴 힘들다. 양쪽 모두 사익에 대한 고려없이 사업의 성패만을 판단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여러 정황상 드림허브의 부도 앞에서 정 사장이 김 회장에 비해 담대할 수 있었던 상황이었던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아기를 둘로 나누란 솔로몬의 판결에 친엄마가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던 건 아기와 자신의 운명을 동일시 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정 사장이 가짜 엄마의 마음이란 얘긴 절대 아니다.
치킨게임은 잃을 게 많은 쪽이 핸들을 틀 수밖에 없는 게임이다. 지난해 ‘드림허브가 부도가 나면 코레일이 가장 큰 피해당사자가 아니겠냐’는 기자의 말에 코레일의 한 고위관계자는 “사업방식을 코레일이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 갈 수 없다면 부도도 감수할 것”이라며 “지켜보라”고 호언장담을 했었다. 코레일 경영진은 이번 게임에서 누가 잃을 게 더 많은 지를 잘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아무튼 이제 용산개발 사업은 코레일의 주도 아래 놓여졌다. 다른 출자사들이나 국가 경제 측면에서 냉정하게 생각하면 사업 주도권이 어디에 있든 사업만 잘 되면 그만일 것이다. 코레일이 추진하는 사업 방향이 실제 사업을 정상화 시키는 '로열로드'가 되길 바란다.
김창익 기자 wind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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