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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상 비대위 출범 한달··· 답 없는 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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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승미 기자]민주통합당이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 체제를 꾸린지 한달이 됐지만 당 지지율은 여전히 바닥을 헤매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가 48%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선전했지만 현재 지지율은 20%로 반토막이 난 상태다. "치열한 혁신과 깊은 성찰로 민주주의 새길을 개척하겠다"는 문 비대위원장의 취임 일성도 무색해져버렸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재창당 수준의 쇄신만이 살길"이라던 민주당이 향후 진로를 어떻게 개척해 나갈 지 주목된다.

문 비대위원장은 합의 추대 형식으로 비대위원장 자리에 올랐다. 그의 리더십에 대해 당 안팎에서는 '무난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겉은 장비 속은 조조'라는 별명에 맞게 겉으로는 우락부락한 장수처럼 보이지만 속으로는 철저하게 계산된 전략을 펼친다는 평가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문 비대위원장에게도 쇄신 과제는 녹록지 않았다. 20대 총선 불출마를 내세우며 그가 배수의 진을 쳤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비대위 체제에서도 민주당의 존재감을 회복하지 못했다"는 혹독한 평가도 나왔다. 대선 패배의 생채기가 컸던 탓이다. 패배 책임론을 두고 이어진 계파 싸움은 문 비대위원장에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문 비대위원장이 약속한 쇄신, 정책, 대여투쟁 등 어느 하나 순탄치 않았다. "민주당이 쇄신의 원동력을 잃었다"는 한숨도 터져나왔다.

문 비대위원장은 대선평가위원회와 정치혁신위원회를 정치쇄신 '트윈타워'로 야심차게 내세웠다. 그는 이 두 위원회를 '블루 앤 화이트 위원회'라고 지칭했다. 대선평가위원장에는 한상진 서울대 교수를, 정치혁신위원장에는 정해구 성공회대 교수를 각각 임명했다.

그러나 이 두 위원회가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놓지 못하자 민주당 의원들이 자체적인 대선결과 분석 보고서를 내놓기 시작했다. 당 내에 비대위에 반대하는 기류가 만연해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는 "대선평가위는 비대위가 요식적 행위를 위해서만 꾸린 위원회"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비대위의 현안 대처에도 질타가 쏟아졌다. 문 비대위원장은 취임 직후 첫 공식일정으로 '회초리 민생투어'에 나섰다. 당 지도부가 전국을 돌며 대선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지지자들로부터 쓴소리를 듣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투어 시작과 동시에 당 내에서 반대 여론과 함께 비난이 터져나왔다. 정청래 의원은 "이벤트 쇼"라고 비판했고, 박지원, 김영환 의원도 "퍼포먼스로 비친 가능성이 있다"며 깎아내렸다. 일부 초선 의원들은 "노동계의 아픔부터 보듬었어야 했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비대위가 '종합편성채널(종편) 출연 문제'를 아직 매듭짓지 못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민주당은 의원들의 종편 프로그램 출연을 당론으로 금지해 논란이 일었다. 이와 관련, 의원총회에서 여러차례 문제가 제기됐음에도 문 비대위원장은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 비주류 황주홍 의원은 당론을 무시하고 종편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다.

황 의원의 행보에 대해 한 재선 의원은 "문 비대위원장이 리더십이 없다는 점을 결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면서 "당론을 무시한다면 당론을 왜 정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이에 비대위 측 관계자는 "대선 끝났으니 다시 종편에 출연하자고 하는 것은 명분이 없다"면서 "대선평가위에서 이 문제를 검토한 뒤 비대위에서 결정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뿌리 깊은 계파 갈등도 가장 큰 고민거리다. 문 비대위원장은 지난 1일 충남 보령에서 열린 워크숍에서 "계파 자체가 아니라 당내 팽배한 계파주의가 문제"라면서 "쓰나미가 집을 다 쓸어가는데 냉장고와 TV를 챙긴들 무슨 소용인가"라고 말했다. 이는 차기 지도부 선출을 두고 빚어질 계파 싸움에 대한 경고성 발언으로 해석됐다.

그런데 이같은 문 비대위원장의 말은 계파 갈등을 삭히기는 커녕 오히려 격화시키는 도화선이 됐다는 시각도 있다. 당내 비주류 측이 대선 캠프에 참여했던 이들을 모조리 '친노계'로 한데 묶어버리며 대선 패배에 대한 '친노책임론'을 제기한 데 이어 친노계의 전당대회 불출마를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에 주류 측에서는 "공동책임"이라며 맞서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문 비대위원장의 활동 범위는 자연히 좁아질 수밖에 없다.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과의 관계도 또다른 시험대다. 문 비대위원장은 지난 7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과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최고위원과 함께 북핵문제 관련 3자 회동을 가지며 입지를 다졌다. 박 당선인과 황 대표와 전폭적인 협조를 약속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새누리당에 주도권을 빼앗기고 질질 끌려가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대여관계에서 문 비대위원장이 지나치게 호의적인 자세만 취한다는 것이 비판의 요지다. 정국 이슈를 두고 여권과 손을 잡으며 당내 문제를 덮으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때문에 문 비대위원장을 향해 새 지도부가 들어서는 4월 초까지 여야간 관계를 확고하게 설정하며 국회 주도권을 선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그렇지 않으면 새 지도부 구성 이후 진보정의당과 통합진보당까지 야권 주도권 싸움에 가세하면서 여야가 다시 격랑속으로 빠져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김승미 기자 ask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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