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1억4000만년을 거쳐 온 우포늪의 2월10일 설날. 솟아오른 일출은 조용했다. 태양빛을 스친 찬바람이 갈대를 누이며 지나갔다. 갈대는 바람보다 먼저 눕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났다. 갈대숲을 지난 바람은 우포늪의 얼음 위로 미끄러졌다. 겨울 철새가 옹기종기 모여 있는 곳으로 가만히 흘러갔다.
끝없이 펼쳐져 있는 늪의 평지는 하늘에서 비치는 햇빛을 그대로 반사하고 있었다.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늪인지 가늠되지 않았다. 혹시 놀라 날아오르라 살금살금 철새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바짝 얼어붙은 늪의 잡초와 잔가지의 밟힘은 그러나 소리가 컸다.
고니와 청둥오리였다. 그들은 같은 공간에서 오롯이 서로를 인정하며 살고 있었다. 불청객의 출현만 없었더라면 그들의 설날은 불어오는 찬바람과 쏟아지는 햇볕의 축복 속에 평온한 하루가 됐을 것이다.
우포늪의 새로운 날은 그렇게 시작됐다. 우포늪에는 고니, 가창오리, 큰기러기, 청둥오리 등 겨울철새가 매년 우포늪의 품으로 파고든다. 예전보다 그 숫자가 많이 줄어든 느낌인데 여전히 이들은 매년 이곳을 찾는다. 그들에게는 어미 품과도 같은 고향이다.
우포늪은 창녕군의 이방면, 대합면, 유어면 등 세 개면에 걸쳐 있는 70만평에 이르는 큰 늪이다. 우포늪, 목포늪, 사지포, 쪽지벌 등으로 나눠져 있다. 지난 1998년 3월 람사르협약 보존습지로 지정됐다.
인간의 개발이 끝없이 펼쳐지는 지금. 우포늪은 1억4000만년의 역사를 고스란히 안은 채 자연이 만든 그대로, 그 모습대로 그곳에 누구의 시선에도 아랑곳없이 누워 있었다.
정종오 기자 ikok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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