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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詩]王禹稱(왕우칭;954-1001)의 '어느 한식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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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한식은 상산에서 보내네/산속 풍경은 역시 아름다워라/아이들 꽃 다가가 나비를 잡고/어느 집 나무엔 그네 매여있네/먼 들엔 첫 비를 맞은 새벽 풀빛/마을골목 연기 잠시 끊긴 봄그늘/부사 벼슬 한직이라 슬퍼말게/술 먹을 돈은 있지 않는가 비문 써준 돈

王禹稱(왕우칭;954-1001)의 '어느 한식날'

■ 왕우칭은 북송 초기의 사람으로, 태종의 노여움을 사서 상주의 부사로 쫓겨났다. 그 시절 한식을 맞아 쓴 시다. 한가롭고 아름다운 시골의 봄풍경을 네 가지 핀셋으로 콕 집어냈다. 나비를 잡으려 살며시 다가가는 아이, 집안 마당에 있는 나무에 매어놓은 그네, 첫비를 살짝 맞은 풀빛, 그리고 한식이라 밥을 짓지않아 연기가 끊긴 마을의 산그늘. 쓸쓸한 시절엔 아름다움이 더욱 사무치는 법인가. 그렇게 가만히 풍경을 읊은 뒤 신세한탄이 나오려고 하는 자신에게 이렇게 말한다. 얼굴 좀 펴게. 어제 동네사람 비석 세우는데 글을 써주고 받은 돈으로 술 한 잔 하면 되지 않는가. 한식인지라 더운밥은 못 먹지만, 대신 죽은 사람이 산 사람에게 술을 먹여주니 고마운 일 아닌가.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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