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지식경제부에서 발간한 'IT융합 확산전략 실현을 위한 IT융합 미래기술예측조사 2025'라는 책자를 보면 IT+조선, IT+건설, IT+자동차와 같이 기존 산업과 IT와의 융합 전략이 상세하게 담겨 있다. 하지만 뭔가 허전해 보이는 것은 왜일까? IT와 어떤 한 산업의 융합도 좋지만, 아이폰의 사례에서 보듯이 진정한 융합은 여러 분야가 어우러져서 일어나는 일종의 문화적 혁명 같은 것이리라. 이제는 '1+1'의 단순 융합이 아니라 '1+1+1+1+…'과 같은 멀티 융합 전략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대인 것이다.
그러나 시작하기도 전에 많은 반대에 부딪혔다. 조선해양 분야에 시급한 사업도 아니고, 실현 가능성도 희박하다는 등 조선해양 분야 전문가들의 반대에 부딪힌 것이다. 이후 사업단을 중심으로 다양한 분야의 인력이 대거 참여하여 상용화 이전 수준까지 개발하는 데 성공하였다. 모바일하버의 자동 운항 시스템 개발에 참여했던 필자도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유해한 해양 생물을 무인으로 퇴치하는 해양 로봇을 만들겠다'고 제안했더니, 조선해양에 대해 잘 모르는데 성공하겠느냐면서 조선해양 분야 전문가들에게서 부정적인 의견을 들었다.
정부에 제안서를 쓰고, 시제품을 만들어 가능성도 보여주며, 경제성 분석 자료를 가지고 설득하러 다녔지만 정부 부처는 자기 영역의 경계를 벗어나지 않으려고 하였다. 유해한 해양 생물은 수산물에 많은 피해를 주므로 먼저 관련 정부 부처를 찾아가 설득을 했다. 그러나 결과물이 로봇이므로 로봇 소관 부처로 가란다. 또 로봇 관련 부처로 가면, 적용 대상이 해양이니 타 유관 부처 사업으로 추진해 보라고 했다.
또한 기존 산업 분야의 오픈 마인드가 필요하다. 아무리 융합을 하고 싶어도 기존 산업 분야에서 일하는 분들이 마음을 열어주지 않으면 혁신적인 융합이 일어날 수 없다. 멀티 융합을 통해 파이를 키워야만 우리나라가 전 세계를 선도할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명현 카이스트 건설 및 환경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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