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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당국이 먼저 지켜야할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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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지난해 10월 8일. 북한군 장병이 아무런 제재없이 동부전선을 넘어와 우리군의 생활관 문을 두드려 귀순 의사를 밝혔다. 당시 국민들은 "우리 군이 이렇게 허술했던가"라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정승조 합참의장이 국정감사장에서 "CCTV로 귀순자를 발견했다"며 노크귀순 자체를 부인했으나 이 말이 사흘뒤 거짓으로 밝혀지면서 허탈함이 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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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김관진 국방장관이 직접 나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군 당국은 당시 "명백한 경계작전 실패"라며 "잘못이 드러난 상위 계급자 위주로 엄격하게 규정을 적용해 문책키로 하겠다"고 밝혔다. 군에서 취한 문책조치 중 역대 최대 규모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이 약속은 군이 지난 11일 발표한 문책결과로 무색해졌다. 당시 작전1처장에는 무혐의를, 장성 2명은 견책을, 영관장교 2명은 각각'근신 7일'과 정직1개월 처분을 내렸다. 그나마 징계중 가장 약한 처벌을 받은 장성 2명은 국방부 훈령에 따라 보국훈장을 받았다는 이유로 징계감경처분을 받게 됐다. 결국 징계자는 2명뿐인 셈이다.

군당국이 당초 발표했던 대책도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김 장관이 당시 발표한 대책은 GOP과학화 경계시스템 조기도입이었다. 중부전선은 2013년까지, 서ㆍ동부전선은 2014년까지 도입시점도 제시했다.
하지만 이 사업에 참여한 2곳의 업체는 김 장관이 발표한 시점 이전에 모두 군 요구성능(ROC)기준미달로 불합격한 상태였다. 방위사업청은 오는 2월 사업관리분과위원회를 열어 미달된 기준을 보완할지, 사업자체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지 결정할 예정이다. 마음이 급해진 군당국은 사업을 재촉해보지만 역부족처럼 보인다. 결국 김장관이 발표한 대책도 못 지킬 상황이다.

문책을 한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고 첨단장비를 전력화 한다고 해서 전방경계가 더 강화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키지 못할 약속은 처음부터 하지 말았어야 했다. 성급한 대책마련에 국민에 대한 신뢰만 더 무너뜨리기 때문이다.

최근 군당국은 군병력을 줄이라는 인수위와 미묘한 신경전이 한창이다. 군당국의 마음은 이해한다. 하지만 이 마음을 국민에게 이해시키려면 국민들과의 약속 이행이 선행되어야 한다.



양낙규 기자 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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