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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세의 쇼크, 7만 시간의 공포’, 더 이상 나를 필요로 하지 않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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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기획> ‘70세의 쇼크, 7만 시간의 공포’ KBS1 수 밤 11시 40분
고령화 사회에서 늘어난 수명은 마치 시간이 내린 형벌만 같다. 늙음은 어서 빨리 흘러가기만을 기다리고 “견뎌야” 하는 “고문”같은 세월의 또 다른 말이다. ‘70세의 쇼크, 7만 시간의 공포’를 다룬 <수요기획>은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사회에서 은퇴하거나 잊힌 70대들이 최소한의 생리적 필요를 해결하고도 남는 7만 시간 앞에서 전전긍긍하는 사례들을 차례로 담아냈다. 장수가 미덕인 시대를 지나 기대할 미래도, 자신을 필요로 하는 일도, 찾는 이도 없이 살아간다는 것은 “죽음보다 더 큰 용기”가 필요한 생의 버티기이자 생과의 겨루기다. 6·25에 참전하고 발전 신화를 거쳐 IMF의 구조조정 속에서 명예퇴직을 경험했거나 사업 실패 후 재기하지 못한 채 가족을 잃거나 가정폭력으로 극심한 우울증을 앓고 있는 70대들의 사연들 속에서 늙은 채 오래 산다는 것은 단지 신체적, 물리적 변화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와 가정으로부터의 소외된 채 극심한 상실감을 짊어져야 하는 공포 그 자체다.

동시에 OECD 국가 중 노인 자살률 1위이자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노인 범죄율을 짚은 것은 이것이 단지 개개인의 무능의 정도와 생의 의지의 차이가 아니라 사회의 “재앙”이 돼 버린 늙음을 공동체 전체가 대비해야 한다고 상기시킨다. 특히나 모든 것이 단번에 결정되거나 실패하더라도 다음을 준비할 수 있는 사회적 예방이 부족한 사회에서는 “그전에 노력한 것으로” 생의 황혼을 보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점점 더 줄어든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다만 이처럼 시의적절하고 확실한 문제의식을 갖은 방송이 그 긴장감을 마지막까지 이어가지 못한 것은 아쉽다. 암담한 노년기의 사례 이후 중후반에 이르러 창업이나 사회적 기업에서 일하며 자신만의 길을 가려는 노년을 보여주거나, 노인 범죄를 “호르몬 변화”로 인한 분노 조절의 어려움 속에서 찾는 인터뷰가 혼재되면서 프로그램은 전체적인 톤 조율에 실패한다. 그럼에도 7만 시간 앞에 놓인 당사자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듣는 것은 이런 아쉬움을 밀어둘 만큼 강력했고, 공포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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