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인의 '저수지 관리인' 중에서
■ 세상의 직업이 참 많기도 하지만, 땅 위에 많은 저수지가 있으니 그것을 관리하는 일을 맡은 이도 있을 것이다. 우린 그동안 그를 눈여겨보지 않았다. 시인이 그를 호명하기 전까지는 그는 쓰여지지 않은 수많은 낱말들 속에 묻혀있는 익명의 직업이었다. 지금 잠깐, 저녁답 자전거를 타고 그를 따라가보는 것이다. 저수지가 큰 외눈 천천히 닫아거는 풍경, 서서이 저물어가는 이 장면을 이 전문가가 아니면 이토록 관심있게 들여다보기 어려울지 모른다. 수면의 글썽거림은 저수지의 외눈이 닫힌 뒤에까지도 계속된다. 마지막으로 그 선한 눈을 닫는 임종(臨終)의 외할머니처럼, 눈은 닫혀도 생각은 글썽거리는 것이다. 하루의 죽음에서, 이 저수지 관리인이 하는 일은, 그저 임종을 지키는 이처럼 그것을 지켜보며 가만히 꺼져가는 빛을 보내는 일이다. 이런 직업은 공개채용이 없나?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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